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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neaufgabe Jun 14. 2022

문득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은 언젠가 쓰게  어떤 글의  문장이  것이다. 어쩌면  글의 마지막 문장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사랑하기에 이르렀다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결국 사랑하는 사람 없이도 사랑하기에 이르렀다로 시작하는 어떤 글의 마지막 문장은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수도 있다. 아니, 이건 조금 어색하다.  문장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문장들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변수를 만들어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건너기 어려운 비약의 강물이 흐르는 듯하다. 다만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로 끝을 맺는 글은 괜찮아 보인다. 어떻게 시작되건 간에, 어떤 문장들이 들어서고 어떤 리듬과 이미지를 엮어가던 간에 그렇게 끝나는 글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글이   같다. 중요한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로 시작하거나 끝나는 글을 언젠가 쓰게 되리라는 것이다. 만일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로 글을 시작한다고   이어지는 문장은 어떤 문장이 될까. 어쩌면  문장은 그때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인적이 드문 숲속을 걷고 있었다와 같은 문장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문장은, 이를테면 내가 나의 몸으로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밤의 강변을 달리면서, 그렇게 머나먼 동쪽 하늘로 샛별 같은 빛을 반짝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였다와 같은 문장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글은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인적이 드문 숲속을 걷고 있었다로 시작하거나 아니면 문득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의 몸으로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밤의 강변을 달리면서, 그렇게 머나먼 동쪽 하늘로 샛별 같은 빛을 반짝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였다로 시작할  있다. 물론   어느 쪽도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나는 둘중 어느 쪽도 아닌 순간에  문장을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이었고 나는 그네와 미끄럼틀과 시소와 주변에는 작은 벤치가 하나 놓여 있는 놀이터 곁을 지나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미끄럼틀과 시소를 타거나 플라스틱 삽으로 모래를 퍼서 바스켓에 담으며 놀고 있었고 벤치에는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그네를 타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싣고 가볍게 흔들리는 그런 그네를 타는  아니라 힘차게 발을 구르면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눈앞의 공중으로 높이 솟아 올랐다가  뒤로 높이 물러났다가 다시 눈앞의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기를 오랫동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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