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없어요

by 김소정

때는 2023년,

사랑도 분노도 삶의 강렬한 인상도 앞선 창작에서 모두 소모시킨 작곡가가 쓴 새 EP앨범 속의 기술적인 곡들처럼 내 생활도 그랬다. 관성과 습관에 의해 지배받는 삶. 같은 교차로에서 같은 시간 같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 매일같이 이어지는.
그러다 생애를 내내 함께 하고 싶은 사랑을 만났고, 다니던 직장에서 잘렸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 이후로 여러 직장을 이런저런 사정으로 짧게 전전하다가 타의로(직장 내 괴롭힘을 두 회사에서 각각 당했다) 쉬기도 하다가 지금 직장을 2개월째 다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이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계약직 수습에게 주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떨어지고 있고, 회사는 자금흐름이 어렵다. 나는 구매담당이라 직격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어제는 출근하기가 너무 싫어서 악을 악을 쓰다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귀결되는 주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전업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내 글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강의를 하기에는 스펙이 부족하고 언변이 그리 좋지 못하다. 운율의집이라는 유료 시 합평 모임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익을 보지 않는 구조로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용기를 내서 첫 시집을 준비하고 있지만 울증 기간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썩 자신이 있질 않다.


매일같이 하루에도 수 번씩 자살하고 싶단 말을 달고 살고, 이유 없이 운다.


그렇다면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행복한 시인이 되는 것. 차 한 잔의 여유와 시가 있는 불과 몇 달 전의(조증기간이었지만) 삶을 되찾는 것. 내가 이걸 회사 다니면서도 할 수 있을까? 그냥 뭘 생각하고, 쓰고, 실행하기엔 여러모로 너무 바쁘다.

작가의 이전글빛과 어둠을 걷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