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포레스트 Mar 17. 2024

15시간의 비행 끝에 영국

드디어 내가 영국에 도착하다니!


드디어 제대로 된 비행이 시작되었다. 15시간의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하는 마음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운 좋게도 자리는 창가자리. 화장실 가는 길은 많이 험하겠지만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새로운 세상과 하늘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것 치고는 많이 잤지만)

원래 술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긴긴 비행을 위해서 혹은 기분 삼아 한 잔씩 마시곤 한다.

여간 피곤했는지 저거의 반 캔으로도 헤롱거리는 컨디션이지만 비행기 안이니까 잠을 청한다.

중간중간 깨서 어디까지 왔나 확인도 하고 다시 잠든다.

비슷한 풍경인 것 같지만 지나가는 구름 한 조각이 소중한 시간이다.

자다 보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에서 잠시 깬다. 기내식을 준비하는 소리다.

퍼스트클래스부터 주기에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그때부터 이번엔 뭐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자꾸만 앞사람 자리 너머로 시선을 보내곤 한다. 맛있는 거였으면 좋겠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닭고기랑 생선 중에 고르라는 말에 생선을 안 먹는 나는 선택지가 사실

닭고기밖에 없던 거지. 한 입 넣자마자 정말 익숙한 맛이다. 5년 전에 왕복을 동방항공과 함께하여 질리도록

먹었던 그 양념의 맛이었다. 어떻게 한 입 만에 그 기억이 깨어나는지 추억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동방항공은 저 빵이 맛있다. 그냥 모닝빵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혹시나 비행기 안에서의 셔터 소리가 방해될까 천천히 한 장씩 신중하게 찍고 있으니 뒷사람은 그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내 어깨를 톡톡 치더니 자기가 찍은 사진이라면서 보여줬다.

서로 잘 찍었다고 보여주고 웃는 모습이 좋았다. 낯선 곳에서 쓰는 언어가 다른 사람들끼리 같은 풍경을 공유하면서 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게 여행의 맛이지.

자다 깨서 사진 찍고 다시 잠들고 하기를 여러 번 끝에 곧 유럽이 보인다. 15시간이 그렇게 긴가? 싶을 때는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안을 상상한다. 아무리 꿈을 꿔도 도착하지 않는 그곳을.

점점 비행기가 낮아지는 것을 느낀다. 수많은 인공 불빛이 반겨줬다. 나 이제 진짜 내리나 봐!

사실 새로운 나라에 도착보다는 굳어버린 허리에게 드디어 자유를 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리고 문득 밀려오는 불안감. 내 고장 난 캐리어... 잘 도착했겠지?

다른 나라로 여행 왔다고 가장 크게 실감 날 때는 아마도 공항에서 내가 쓰는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벽면을 가득 채웠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쓰며 지나갈 때가 아닐까.

특히나 동양인이 적은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히드로 공항도 입국 수속이 약간 힘들기로 유명해서 잔뜩 졸았지만 불순한 의도가 없음을 보이고 싶어서 웃는 미소로 다가갔다. 아마도 입꼬리가 약간은 경직한 웃음으로 여자애 하나가 다가와서 그런지 큰 의심 없이 어디서 자냐고 물어보고 바로 보내줬다. 긴장한 것에 비해 너무도 쉬워서 약간 아쉬웠지만 나쁜 상황보다야 좋지.

캐리어를 기다리는데 조바심이 났다. 전에 교토에서는 다른 플랫폼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전적이 있기에 계속 내 비행 편이 맞는지 확인하고 주변 플랫폼도 같이 확인했다.

덩그러니 움직이고 있는 캐리어를 찾았다. 혹시나 열린 곳은 없는지 더 고장 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근데 내 캐리어라고 확인하고자 달았던 키링이 없어졌다. 아끼는 거 달았는데 이렇게 도착하자마자

잃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키링은 다시 사면되니까.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우선 집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집에 가는 방법은 정말 다양했다. 비용에 따라 편안함에 정도가 많이 달랐기에 잘 비교해야 했다. 나는 교통비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환승을 하더라도 조금 더 저렴한 방법으로 선택했다.


택시를 타거나 직항버스도 있었지만 가격이 환승하는 거에 비해 2배니까 그 돈으로 차라리 내일 맛있는 거 사 먹지 하고 지하철을 찾아 내려왔다. 생각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길을 잘 찾는 편이라 한 번에 도착!!

그리고 영국 지하철은 타기만 해도 여행이니까.

대신 로망이기에는 조금 힘들다 히드로 공항부터 Earl's cort 가서 환승했다. 

여행의 장점은 아무래도 쓰레기마저 감성으로 볼 수 있는 거

왜… 밖은 비가 오지요...? 제 우산은 캐리어에 있는데…

역시 해리포터의 나라라서 그런지 모든 게 해리포터 속 장면 같다.

오고 다니면서 환승을 정말 많이 했던 지하철

드디어 윔블던으로 가는 길!

사실 그냥 숙소 내부랑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 내 숙소가 이렇게까지 멀리 있는 줄은 몰랐다.

정말… 환승을 하지 않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끝 중에 끝

이곳이 윔블던이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내렸는데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우산을 꺼내기 귀찮아서 입고 있던 점퍼 모자를 뒤집어쓰고

호스트는 택시를 타고 오랬지만 그마저도 아까웠던 나는 버스를 타러 이동


밤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었고 거리는 굉장히 어두웠다.

길에 사람 하나 다니지 않아서 정말 위험에 처한다면 나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못 받겠구나 하는 마음에

영국 번호로 호스트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위치인 것 같은 집 앞에서 사진 찍어 보내고 호스트 기다리는 중

내가 다른 곳으로 갔는지 호스트분이 찾으러 오셨고 장장 거의 22시간 만에 영국 집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로망으로 2층버스를 많이 꼽기도 하고 나도 정말 좋아하지만

일단은 짐이 너무 많아서 차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씩 들렸던 집 앞 정류장

사진으로 보고 있으니까 그 앞 거리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너무 가고 싶다.

외국의 고향 같은 곳

이게 정말 갤럭시 야간모드 때문에 밝게 나온 거지

사실 앞이 하나도 정말 하나도 안 보였더랬죠

호스트분에게 와이파이까지 야무지게 받고 드디어 방에 들어가기

그냥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일단 눕고 싶어라

일주일 동안 머물 내 방. 이번 에어비앤비는 일주일을 머물게 되어 집 전체를 빌리는 게 아니라

호스트가 사는 집에 방 한 켠을 빌리는 듯한 집으로 했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했다.


저 침대는 소파베드라 소파로 쓰거나 침대로 쓰거나 상관없다고 어떻게 할래 묻길래 무조건 침대!!! 를 외쳐서 침대로만 7일을 썼다

사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매트리스가 아니라 허리는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일주일 간 내 방이라고 정이 많이 들었다.

책상에서 라면도 먹고, 노트북도 하면서 간간히 일지도 쓰고, 영상통화도 하고 여러 가지를 했던 방인데

사진 보니까 당장 저번 주에 갔던 것처럼 너무 선명한 기억들만 남았다. 어지간히 좋았나 보다.


이 여행일지에서는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윔블던 속 내 숙소야.


작가의 이전글 경유지에서 만난 추억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