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그리웠던 곳은 어디일까?
영국에서의 1일 차.
시차적응을 위해 느지막이 놀다가 자야지 생각했지만 피곤했는지 눈이 스르르 감겨
스탠드 불을 켜고 잠들었다. 의도치 않게 시차를 한 번에 맞추는 데 성공하고 거실로 터벅터벅 나가기.
귀여운 보우가 거실에서 쳐다보고 있다. 잘 잤어?
살짝 공기가 습한 거 같은 느낌에 부엌으로 가서 창 밖을 확인했다.
영국은 '비의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비가 자주 오는 편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여행 첫날부터 비와 함께하는 건 조금 슬펐다.
내가 이 집을 사랑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창.
로망으로 생각되는 집은 넓은 통창이 있는 집인데 한국식 아파트에 있는 창문과는 다르게 더 밝고 시원한 느낌이라 좋았다. 이런 집은 얼마 할까?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5년 만에 방문한 영국이라 어디 갈지 더욱 신중했다. 아예 새로운 곳을 가볼지
기억 속에 남는 곳을 갈지 고민하다 버로우 마켓을 가기로 했다.
걷는 길마다 모든 게 낯설면서 익숙한 느낌.
유럽여행을 하면서 영국을 첫 번째 나라로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5년 전에 떠났던 여행지인 스페인, 영국, 체코, 스위스 중 영국이 제일 좋았다.
사람들의 따스한 친절도 좋았고 그 나라가 주는 감성이 좋았다.
살짝 채도 낮은 거리를 좋아했다.
버로우 마켓.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이자 가장 유명한 마켓.
사실 특색 있는 건 없지만 제일 시장다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길거리 음식, 빵,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식료품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외에 치즈, 꿀, 아이스크림 등 정말 다양한 것들이 한 공간에 있어서 구경하기 좋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17시까지!
한국의 영업시간을 생각하고 가면 정말 큰일 나니까 런던은 항상 빠르게 빠르게 움직이기.
런던에서 정말 유명한 커피숍 중 하나로 유명한 몬머스 커피.
애매한 시간인 11시쯤 왔더니 사람이 적다. 물론 내부는 만석이지만!
그래서 나는 포장해서 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놀랐다. 여기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사용을 안 하고 주문할 때
잔 비용 5파운드를 같이 받는다. 그리고 튼튼한 도자기 같은 컵이랑 실리콘으로 된 홀더랑 뚜껑도 준다.
그리고 다 마신 후에 잔이랑 다 반납하면 다시 5파운드를 거슬러주신다.
이런 방법 사실 많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환경정책.
우리나라도 리유저블 컵으로 망원동 근처에서 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더더욱 많이
시행해줬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종업원분한테 물어보고 5파운드 지불하고 잔 가져올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예쁘고 좋았는데! 아쉽다.
내부에서 찍으려니까 생각보다 어두워서 찝혔다.
정말 친절했던 카운터 직원분
원두도 판매하는데 사가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여기는 라테 맛집으로 유명해서 사람들이 따뜻한 라떼를 제일 많이 먹는데
나는 그냥 아이스 필터커피로 마셨다. 아아에 죽는 한국인은 여전히 외국 가서도 찾기 마련!
단 거를 잘 못 먹어서 안 먹었는데 그래도 한 개는 먹을걸 했던 후회는 든다.
초반 여행은 돈을 너무 아껴서 탈이라니까 정말!
크루아상이라도 먹었어야 했다...
다시 나와서 마켓 구경하기
과자나 젤리 등은 정말 안 먹지만 아이스크림은 꼭 보면 먹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바로 직진해서 들어갔던 곳.
원래 가장 무난한 픽을 고르곤 하는데 이번엔 직원분한테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맛으로 달라고 했다.
블랙커런트가 들어간 저 맛을 제일 좋아한다길래 먹었는데 베리류? 흠... 하고 고민했던 내가
어이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크게 달지 않아서 좋은 맛.
한국인들에게는 달지 않은 단맛이 칭찬이라고 하지 않나. 나 또한 달지 않아 좋았다.
치즈 파는 곳이 정말 많았는데 런던이 치즈로 유명한가?
처음으로 ATM도 써봤다.
카드를 직접 꽂는 건 해킹의 위험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 근처에는 얘밖에 없어서 두려웠다.
그리고 정말 오직 영어로만 된 기기로 돈을 뽑다니! 처음에는 긴장해서 대충 보고 지나쳐서
취소를 누르고 말았다.
하지만 성공했습니다! 저렇게 돈 들고 있다가 소매치기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만 찍고 급하게 넣었습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서 먹는 밥이길래 나도 바로 줄 서서 받았다.
엄마한테 자랑하려고 사진 찍고 있는데 옆에 있는 외국인 가족이 갑자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소매치기일 거 같아서 처음에는 크게 경계했다.
하지만 가족단위이기도 하고 누가 봐도 여행객인 것 같아서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드렸다.
그랬더니 가게를 배경으로 한 컷 찍어주셨다.
사진을 확인하니 잔뜩 신난 표정인 내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호의를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선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게 너무 슬펐다. 특히나 혼자여서 더더욱 신경이 곤두섰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손 내밀어주던 분들이 있어서 런던 여행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혼자 여행하는 내가 기특했을까? 그래서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다가왔던 분들이 유독 많았다.
이런 채도 낮은 모습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던 런던의 모습 중 하나였다.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비도 그쳤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P의 성향이 100%인 내가 다음 종착지를 정하고 출발했을 리 없다.
구글맵을 켜고 주변을 검색한다.
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