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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레스트
May 17. 2024
영국에서 첫날! 계획은 무작정 걷기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오후 일정
영국 도착은 2일 차, 여행은 1일 차에 2번째 일정.
처음엔 꼭 가고 싶던 버로우 마켓을 이미 가서 따로 정해진 목적지가 없는 상태였다.
아주 잠깐 고민 후에 걷기로 했다. 날씨도 좋아졌고 온도도 딱이니까!
처음에는 흐렸던 하늘이 실시간으로 맑아지는 걸 보니까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흐린 하늘도 맑은 하늘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을까?
원래 가장 예쁜 하늘은 비 온 뒤 하늘이니까!
다들 영국 하면 빨간 이층 버스를 기대하는 편인데
나도 영국버스는 바라만 봐도 두근거리는 편이다.
특히나 영국버스는 내부 풍경조차 색다른 편이라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과 휠체어 등이 가장 눈에 띈다.
그들의 일상을 구석구석 구경하는 것
그게 여행 아닐까?
어느 방향으로 갈까 고민도 하지 않고 그저 발이 향하는 방향 그대로
직진을 했더니 다리가 나왔다. 처음에는 그 유명한 런던브리지인가? 해서
지도를 켰는데 그거는 반대편에 있다길래 크게 돌아서 가보기로 결정!
저 너머에 있는 게 런던브리지였다.
딱 기다려 내가 거기로 갈게.
한국에서 차도와 인도가 같이 있는 다리들은 대부분
차도가 더 널찍하고 인도는 비교적 좁은 편인데
여기는 1:1 비율이라 걸으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강했다.
사실 영국의 지하철은 그렇게까지 깔끔한 편이 아니라
좋아하지는 않는데 언더그라운드 표시가 영국의 상징 중 하나처럼 돼서
보기만 해도 설레는 편이다. 나 영국에 설레는 게 참 많구나?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도시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되는 것.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길을 찍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외국은 간판들이 너무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건물과 간판의 조화가 눈의 피로도를 낮춰준다.
하염없이 또 걷다가 도시 중심가 사이에 성벽이 크게 있어서
궁금한 마음에 다시 지도 켜기.
런던탑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수 세기에 걸친 피의 역사를 간직한 중세 성으로
왕관이 보관되어 있으며, 상징적인 경비병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구글맵이 알려줬다.
사실 너무 궁금하긴 했는데 이 옆을 지나다 큰 진드기 같은 벌레가 눈으로 들어와서
눈에 상처가 나고 부어서 한 눈으로만 열심히 구경했다.
급하게 약국을 찾기로 하며 이 당시에 영국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뉴스가 있을 때라 빈대가 아닐까? 실명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마음과 그럼에도 이색적인 풍경에 설레하는 자아가 충돌하며 걷는 사람.
궁금한데 여기는 나중에 올게!
그리고 그 유명한 <타워 브리지>에 올라서다.
뷰가 너무 멋있는 거 아닌지
근데 묘하게 상암 같은데...?
나도 타워브리지 봤다!!
5년 전에 방문했을 때는 너무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가고 싶지 않아서
관광지를 아예 안 갔던 게 조금은 아쉬워서 들렀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꼭 와봐야 하는 명소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웅장한 다리는 근사했다. 근처에 왔을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더욱 급한 건 약국이었다.
약을 사니 눈에 넣는 안약과 눈을 씻는 세정제 2개만 샀는데 45000원이 나왔다...
이 약값을 믿을 수 없어...
이래서 한국의 의료보험이 좋은 거구나 다시 실감한 순간이었고
너무 비싸서 구매하기를 망설이니까 약사분이 조금 더 저렴한 제품이 있는지 확인해 주셨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말하며 낫기를 같이 바래주셨다.
또, 눈 쪽이 빨갛게 붓고 아파서 바르는 연고를 달라고 했으나 잘못 눈에 들어가면
큰일 날 수 있으니 우선은 둘로 버텨보라고 진단도 해주셨다.
병원까지 생각했었는데 45000원으로 그친 게 다행이었을까?
이렇게 관광지에서 도움을 청하고 거기에 따뜻한 조언으로
보답받는 경험이 이 나라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거지.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
눈도 한 번 세척하고 안약도 넣고
드디어 다시 두 눈으로 세상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채도 낮음을 좋아하는 편
그리고 눈이 조금은 나아졌으니 아쉬웠던 타워브리지 다시 찾기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는 그 옆에서 올려다보는 게 더 근사한 것 같아
런던탑도 건너편에서 봤다.
저기까지 들렸으면 좋겠지만 다시 건너기엔 너무 멀구나...
가는 길에 귀여운 아이스크림 차도 봤지!
타워브리지 안녕!
갑자기 가고 싶어진 곳이 생각나서 역 근처로 가는 길
이 집 밥을 맛있게 하더라고요.
영국에서 밥이 그리울 때 가끔씩 찾기 좋을 맛
지나가는데 빵 가판대가 너무 많아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한국에서는 입에도 안 대는 크루아상 사 보기.
맛은 평범했지만 담백해서 나쁘지 않았어!
아까는 걸어서 갔던 다리를 이번엔 버스 타고 지나간다.
확실히 버스 2층 맨 앞자리에 앉으면 이동도 여행도 되는 게 체감이 난다.
사실 걸어 다니지 않아도,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2층 버스만 하루종일 타도 기분 좋지 않을까?
만약 영국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간다면 내가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한 40분 정도 버스 타고 이동했다.
내가 다음으로 생각한 여행지는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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