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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y 27. 2021

오규원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빗소리 이어지는 새벽, 잠들지 못할 거면 그냥 깨어 있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문득 이 시가 두둥~ 마음을 건드린다. 이 쉬운 일이 오늘은 잘 안된다. 빗소리 때문일까. 그냥 시 감상을 이어가기로 한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특별히 신경 써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하면 더 잠이 안 와서 오히려 날을 샌다. 하던 일 다 끝내고 자려고 하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다 마치지 못하고 잠에 든다. 세상일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닌데, 특히 잠이 그런 듯하다. 오늘 밤은 비 때문이라고 그러련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도 오늘인 건 무언가 대단한 걸 얻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 오늘인 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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