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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전모드 Oct 01. 2024

제1장

이혼, 그날의 기억

2023년 11월 4일, 새벽 1시 30분.

23시정도 자다 잠에서 깨었다
집안은 고요했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두 딸은 방에서 곤히 잠들었고, 아내는 여전히 집에 없었다.

이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1년간. 주말부부였던 내가 주말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그녀는 늘 저녁 약속이 있었다. 몇 달 동안 반복된 패턴. 금요일, 토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모임에 가고, 새벽에나 집으로 들어왔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나는 묵인했다.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다. 머릿속에서 불현듯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평소처럼 넘길 수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커넥티드 서비스로 아내의 차 위치를 확인했다. 여전히 사무실 주차장이었다. 그 순간, 머리에서 긴장감이 퍼져 나갔다. 매번 반복된 패턴이었지만, 그날은 이상했다.

‘이번엔 정말로 확인해야겠다.’
츄리닝을 걸치고 아내의 사무실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끝에 차를 세우고,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상상했다. 술을 한잔하고, 업무상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겠지. 그게 전부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한 대의 BMW SUV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15분이 지나고, 차 안에서 누군가 내렸다.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차에서 내린 건 아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남자와 부둥켜안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BMW 남자와 함께 집바로옆의 스타벅스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는 뒤따랐다.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스타벅스 주차장에 도착해 그들이 차를 세우는 것을 지켜봤다. 나는 그들을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감정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나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시간에 담배 피러 가?”(지난5년간 금연했다가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햇었다)
“응, 피우려고 했는데 담배가 없네.”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마음은 엉망이었다. 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집으로 올라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피곤해 보였고, 나는 그 장면을 되새기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들이 주차장에서 부둥켜안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튿날 새벽, 나는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BMW의 차번호와 모델명을 확보했다. 아내와 그 남자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명확했다. 나는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잠도 밥도 너무 못자고 못먹어서 살이 쪽쪽 빠지고 있을 즈음
주말부부인데 답답한마음에 평일인데 불구하고  퇴근버스타고 집으로 퇴근했다 포커페이스를 잘하는 사람은 정말 위대한것 같다. 그런사람은 사업으로도 대성할거다.

며칠 후, 11월 11일. 아내는 집들이에 간다고 미리 말했었다. 나는 아이들과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커넥티드 서비스를 확인했다. 아내의 차는 집 근처의 다른 아파트 주차장에 있었다. 그 순간, 또다시 의심이 들었다.
‘소화도 시킬 겸 자전거를 타고 가볼까?’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곳엔 아내의 차뿐만 아니라, 내가 며칠 전에 확인했던 그 BMW도 함께 주차되어 있었다. 심장은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건, 그 BMW에 같은 아파트의 주차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부동산 중개사인 아내가 집들이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 BMW가 같은 아파트에 있을까?
나는 집으로 돌아가 자가용을 타고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차를 눈에 띄지 않게 세우고 줄담배를 피우며 그들의 동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몇 시간이 흘렀다. 긴장감은 점점 더 고조되었다.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나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그러다 마침내, 아내와 그 남자가 함께 나왔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아내는 자신의 차를 놔두고 BMW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이 텅 비어갔다. 그들이 반대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도,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 듯했다.

그들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미리 확보해 두었던 진출입로를 잊은 채, 다른 출구가 있을 거라고 오판했다. 그들을 따라갔지만,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 순간, 아내가 탄 BMW가 돌아 나오며 외길에서 나와 마주쳤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들이 나를 발견했을지,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제발 보지 않았기를.’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쥐었다. 결국 BMW는 출구로 빠져나갔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허허벌판 같은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그제야 나는 그들이 나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너무 가까이 따라붙은 것이 실수였나? 거리를 두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들을 놓치고 말았다.

마음이 복잡해진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상황을 곱씹으면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혼란스러웠고,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아내의 차가 있던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BMW가 있었다.

30여 분 후, 아내가 BMW에서 내렸다. 나는 차내려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서 스쳐갔다. 아내는 BMW에서 내린 후, 자신의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를 뒤따랐다.

집으로 들어가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하며 20분쯤 지나, 나도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아내는 이미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각방인 나의방으로 아가려는 찰나, 아내가 내 손목을 갑자기 잡아챘다. 나는 그 행동에 당황했다. 그녀는 나를 나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오빠, 할 말 있지?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우리 이제 끝내자.”
그 말은 마치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비수가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추려고 애쓰며, 덤덤하게 물었다.
“뭐? 아니, 왜 그래? 나 그냥 바람 쐬고 왔는데, 왜 그런 말을 해?”

아내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다 봤잖아. 이제 다 알았잖아. 어떻게 같이 살아?”
그 말에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내가 보았던 그 장면들, 그리고 아내의 말이 머릿속에서 맞물렸다. 모든 퍼즐이 맞춰진 순간이었다.

아내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아이들에게도 말했다고 했다. “혼자 살고 싶다. 이혼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이미 고백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님께도 자신이 직접 말하겠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큰딸은 울며 아내에게 물었다. “엄마, 왜 혼자 살고 싶어? 왜 우리랑 같이 못 살아?”
아내는 그저 숨 막힌다고만 했다. "집에 오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나는 그 말이 너무도 날카롭게 들렸다.

나는 이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더 얘기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그 순간, 나는 단지 담배 한 대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내의 이혼 요구를 회피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내 앞에 차갑게 서 있었다.

그렇게 집을 나와 아내의 차로 향했다. 차 안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그곳에는 모든 증거가 담겨 있었다. 아내와 BMW 남자, 그리고 그들의 모든 행적이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며칠 후, 아내는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 생활은 끝이 났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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