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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진 Nov 09. 2021

수능을 앞두고, 수능 도시락, 초콜릿 선물은 어떻게

수험생 엄마의 경험담


시간이 조금 흐른 어느 날, 이 땅의 수험생 어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두 손을 맞잡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러분의 어깨를 저는 그냥 그렇게 나란히 하고 싶었습니다. 주책이지요? 뭐랄까, 동지애일 수도 있고 군대를 제대한 사람이 군에 입대한 신병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꼭 수험생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십 대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마음 구석 감추고 싶은 한두 군데 상처는 있지 않을까요. 내가 예전에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내 자식의 일이 되고 보면 몇 배로 더 아프니까요. 자식이 성장통 없이 그저 윤택하게 비료를 친 듯 쑥쑥 자라지는 않더군요.



제가 수험생 엄마라는 이름에서 벗어난 지는 3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매달고 달리던 러너가 마침내 모래 자루를 풀고 달리는 것 마냥 훨훨 날아갈 듯합니다. 다시 말해 살만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은 힘든 구간을 버티고 나면 중단되었던 끈이 다시 제대로 이어지고 견고해집니다.


잠시 수험생 엄마로서 저의 이력을 소개합니다.


삼수생과 재수생의 엄마. 수험생 맘으로 4년 이상 

큰 아이는 유명 특목고 졸업, 삼수, 대학 입학 후 휴학 중 다시 수능(사수)을 보고 입학

작은 아이는 일반고를 졸업, 재수

매회 논술시험 라이드 36회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1/3은 제외)

큰 아이 6회*4회 = 24회

작은 아이 6회*2회 = 12회

수능 도시락 싸기 4회, 6개

새벽밥 (저희 애들은 한 숱 가랑이라도 밥을 먹음 ㅠㅠ) 준비 셀 수 없음^^

(큰 아이의 새벽 학교 셔틀, 대형 재수 학원 셔틀, 독학재수학원은 개별 통학)


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아이 성향마다 다르고 각 가정의 형편이 천차만별이라 꽤나 조심스럽습니다. 지금은 모두 예민한 시기라 열 마디 말보다 한마디가 낫고 한마디보다 말을 아끼는 것이 낫기에 말을 걸기가 무척 송구합니다.


노파심에 조금 일찍 겪은 선배로서 덧붙인다면

가장 간절한 것은 수험생 본인이더군요.

아무리 속없고 태평한 녀석이라도 

제일 힘든 건 자신입니다.


(저희 큰 아이는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였습니다. 시험지가 푹 젖을 정도로 손에 땀이 나서 여러 번 답안지를 교체해야 했지요. 그 당시 폴 댄스나 역도를 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파우더를 스틱 형태로 만든 제품을 직구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상황에 쫓겨 초조한 기색과 관심을 보이면 아이들은 이런 반응에 방어력, 즉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엄마는 태연한 듯 연기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금방 알아채더군요. 가능한 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소 무관심한 게 나을 듯합니다. 보이지 않게 기도하고 밝고 평안한 긍정의 기운을 아이에게 전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를 위해 기도한 엄마의  손끝에 염원을 가득 담아 아이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는 것입니다. 철봉에 매달려 1초, 2초를 버틸 때 누군가  잠시 몸에 손끝을 대면 큰 지지대로 떠받쳐지는 강한 느낌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naver, 영동국민체력센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마무리하며 멘탈을 다잡을 때입니다. 수능 당일의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 큰 아이는 작은 아이보다 실력 면에서는 월등하지만 긴장으로 여러 차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지요. 둘째는 형과 비교할 수 없는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제 실력 발휘는 했습니다. 한 놈은 하향, 한 놈은 다소 상향이니 둘이 비슷한 결과를 얻더군요. 중고등학교 때  둘이 벌인 큰 격차가 별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배짱이 중요합니다 


누군들 배짱 좋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없었겠냐마는 이게 키우고 길러지는 부분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성정에 가까워서 더 안타깝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통과해야 할 과정이고 관문이지 전부는 아니라고 본인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다스려야 합니다. 미리 실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려들지 않도록, 시험 중간에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나뿐만 아니라 모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도록 한 발자국 물러서서 여유를 주는 말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사실 아무 말이 필요 없기는 합니다. 이미 학교나 인강 선생님들을 통해 유용한 팁을 충분히 들은 후일 겁니다.



그동안 싸온 도시락 팁을 나눠봅니다.


1. 따뜻한 꿀차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학생, 본인이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보며 시행착오 끝에 가장 잘 맞는 아이템을 찾았겠지만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커피, 녹차 류보다 적당한 당도가 있는 꿀차가 어떨까 합니다. 물론 신경 안정에 좋은 카모마일 티, 로즈마리 티(기억력, 집중력), 페퍼민트 티(흥분 억제, 진정 효과), 오미자 차(열이 많아 차게 마시는 경우) 등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본인의 의견이 제일 중요합니다.



2. 보온 도시락은 미리 준비

도시락은 사용하던 것, 또는 미리 사서 여러 번 여닫아 손에 익숙해진 게 좋습니다.

맨 아래 칸의 국은 1/3만 담습니다. 열다 쏟을 수도 있으니 너무 꼭 잠그지 마세요.^^  (부드러운 된장국이 소회가 잘되어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3. 간이 좀 있는 반찬

감각이 둔해지고 긴장을 해서 음식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하니 밍밍한 것보다는 간이 있는 반찬으로 입맛을 조금이라도 자극해 봅니다. (부드러운 소고기 장조림, 두부 간장조림, 맵지 않은 불고기류)



4. 간식으로 선물 받은 초콜릿

쉬는 시간에 책 보면서 먹으면 좋을 듯합니다.

(견과류 든 것보다는 진한 밀크 초콜릿)


옷은 수험장마다 환경에 차이가 있겠지만 얇은 것을 여러 벌 입습니다. 더우면 벗을 수 있도록 합니다.  문제를 풀다 보면 열이 올라 더워지므로 목을 덮는 폴라 류는 피합니다. (다 아시는 이야기를 주책맞게 계속하게 되네요.ㅠㅠ)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제 한마디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어머님들, 잘 드시고 건강하세요. 이제 시작이랍니다.


진짜 마지막 잔소리~~


수험생 주변 분들,

수능 선물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 합시다. 

초콜릿, 찹쌀떡 등 심하게 겹칩니다.

아이들은 시험 이후 결과 묻지 말고 현금 쏴주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시험 끝나고 돈 쓸 일 많음)


© Myriams-Fotos, 출처 Pixabay


"여러분 가정의 귀한 자녀들이, 건강한 몸과 담대한 마음으로 그간 쌓은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품은 뜻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잘 익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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