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지구는 학교
Q. 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각각 적어봅니다.
_잘한 일 : 열심히 방황하면서도 계속해서 글을 쓴 일입니다. 길을 잃어 방황했지만 내가 어떤 길을 찾고 있고,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는 여전히 차선의 방향으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지막까지 도착하고 싶은 목적지가 따로 있다는 뜻일 겁니다.
지금까지 부정했던 사실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저는 끝까지 작가로 남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일이 있어요. 하지만 당장 이룰 수는 없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계속해서 조합해 봅니다. 아무도가지않은길이지만지금가는이길을통해서도갈수 있다고 믿어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요.
_잘못한 일 : 10여 년 전 내가 쓴 에세이로 등단하고 신인상을 받았는데, 출판사가 보내온 통지서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열심히 방황하고 낙심하고, 눈치 보기를 반복하던 때라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상태였습니다. 자랑스럽다고 떠들어대기엔 너무 소소한 성과라고 생각했어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요.
등단을 한다 한들 인정받지 못할 거라 여겼습니다. 누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 거라고 생각했죠. 실제로도 가족들 중 아무도 이것을 반기지 않았고, 더 이상 이 소식에 대해한마디도말할수없었으며... 그날 저녁식사시간에 흘렀던 정적을 이렇게 갑자기 기억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스스로도 이것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를 몰랐습니다. 등단하면 원고 청탁을 받게 될 텐데, 또다시 ‘그만한 글’을 쓸수있을지자신이없다며그상황에대한납득을했습니다.
나라도 나를 칭찬해 줄걸, 다가온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할걸... 그렇게 지나쳐버렸습니다. 그때의 성과에 대해 충분히 기뻐하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하고 있어요. 그 후로 문학상이나 공모전에 도전해야겠다는 의욕이나 열정이 없어진 것 같거든요.
물론 아직도 등단을 하면 참 좋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 제가 그때처럼 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인정받을만한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안주하고 있는 걸까요?
Q. 내일 지구를 떠난다면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일까요?
나의 아이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안아주고 더 예뻐해 줄 걸 그랬어요. 어떤 때에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친하게 지냈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요즘들어서는 임신이나 다른 일때문에예민하게군것같아미안해요.
Q. 지구는 학교이고, 당신은 우주에서 유학 온 학생입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고향별에 플래카드가 내걸린다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공부를 하고 왔다고 적혀 있을지 상상해서 적어봅니다. 향후 그곳에서의 진로까지 생각해보아도 좋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라고 적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글과는 다르게 마음이 어지러워 늘 이것을 해결하려 했고 끝내 답을 찾아낸 선구자라고. 이제 우주인들을 치유할 거라고 말이죠.
*오늘의 감사한 일 : 방금까지 피곤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천사처럼 잠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어 감사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