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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응지음이지영 Jun 13. 2022

4. 당신은 무엇으로 돈을 버나요?

_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가

Q. 당신은 무엇으로 돈을 벌었거나 벌고 있나요? 


한때는 내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을 위해 스스로를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꿈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절대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들 말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이라며 제안하는 길로 나는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은연중에 납득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사회 초년생 생활은 굉장히 혹독했습니다. 내가 준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투성이인 세상 속에서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늘 스스로가 낯설고 이방인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있기 위해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었고, 퇴근길도 낯선 것들 투성이였기 때문입니다. 언제 또 누가 나를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늘 경계심을 품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버티고 서 있었던 이유는,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력서에 쓰일 한 줄 한 줄을 지저분하게 장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으로 돈을 벌었느냐는 질문에...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글쓰기로 돈을 벌었던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구걸하기 위해서 돈을 받는 시늉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의 월급은 저의 서울 자취생활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돈이 필요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점차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함께 막내작가 시절을 보낸 주변의 다른 작가들은 자신의 경력을 '뻥튀기'해 훨씬 더 많은 연봉을 얻어냈습니다. 다음 직장에서 연봉협상 때 더 많은 액수를 부르기 위해서였죠.. 부러웠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배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와 맞는 직장’을 찾아내겠다는 배짱이 생겼습니다. 각각 다른 직업에 해당하는 10개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고, 면접을 보러 갔지만 잘 보이기 위해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면접을 보러 갔던 이유는 앞으로 내가 일하게 될 환경과 대면할 사람들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맞면접’같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멋대로인 나를 다시 받아 준 곳은 방송국이었습니다. 심지어 면접날 입고 간 깔끔하지 못한 옷도 '작가 스타일'이라며 칭찬을 듣기까지 했어요. 내가 쓰게 된 대본 역시 ‘내 스타일’이었습니다.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기뻤습니다. 콧대 높은 아나운서들도 표정이 밝았고, 그런 아나운서들을 비판하기 바쁜 모니터 요원들의 일지엔 매일 꼭 한 문단은 작가에 대한 호평이 있었습니다. 함께 프로그램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나에게 돈을 가져다준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Q. 돈과 관련하여 연상되는 단어 3개를 적고,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꿈, 건강,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Q.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가 _ 단 하루, 마음껏 쓸 수 있는 돈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함께 바닷가를 거닐고 싶습니다. 바닷가에서의 추억이 있어요. 근사한 호텔에 체크인한 뒤 낮에는 아이들과 놀고, 어둑해진 저녁에는 어른들끼리 밤바다를 즐기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저에게 필요한 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아이들에게 원하는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며, 언제든 원하는 숙소에 가서 원하는 만큼묵었다올수있는 그런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감사한 일 : 


충분함을 느끼지 못해 조금이라도 더 갖고자 했었는데, 현재 내가 가진 것에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만약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면 더 가지고 싶다는 욕심조차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내 곁에 가족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만약 내 곁에 아무도 없었더라면 돈이 더 필요하다든지 해변의 호텔에 초대해서 대접해 주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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