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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날의숲 Aug 13. 2020

제주도 가서 캠핑 못한 이유

아빠! 이번 여행은 풍성했으면 좋겠어!

결국 캠핑을 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휴가를 내서 목포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들어가서 모구리 야영장, 금능 해수욕장, 우도 비양도에서 캠핑을 하루 이틀 했었지만, 이번에는 못하고 말았다.

이유는 날씨와 의지 때문이다.


일단 이번에 예약한 곳은 새로 생긴 붉은오름 캠핑장이었다. 이곳은 새로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오름이라는 곳에서 깊숙하게 제주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한 달 전부터 서들러 예약한 곳이었지만, 난 도저히 인간 제습기가 될 수 없었다.

더운 날씨는 견딜 수 있지만, 습한 날씨는 참기 힘들다. 또한 나의 텐트는 라움(면텐트)이라서 비가 계속 내릴 경우에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즐겨보겠지만, 더운 여름 습한의 날씨에 그 처절한 기분을 여러 차례 느낀 우리 가족은 절대 견딜 수 없는 노릇이다.


왜 차를 배에 싫고 짐을 꾸역꾸역 들고 왔는지 후회스럽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산뜻한 호텔의 냉기를 느끼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었다.


곽지 해수욕장에 잠깐 들려서 주차하는 동안 와! 완벽한 면텐트로 세팅해놓은 사람을 봤다. 분명 처음은 아닌데 대단한 사람이다.

모르겠다. 요즘엔 에어컨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에...


참!

그리고 또 못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의지의 문제인데, 이게 고약하다. 출발하기 전 지금까지 없었던 즐거운 일이 생겨버렸다. 늦었지만, 안정성이 생겼다. 즐거웠다. 우린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린 나약해져서 캠핑을 못했다. 우습다.


그렇게 아이들 체험에 목마르게 된 나는 서둘러 일정을 조정하고 차귀도 근처에서 배낚시 체험을 서둘러 예약하고,

배 타고 가서 100마리 고기를 잡기로 했다.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지만, 4인 49000원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후기들도 아름다웠다.


차귀도 앞에서 유명한 카페에서 느긋함을 즐기고

배탈 시간이 다가오자, 이동!


간단하게 절차를 밟고 선장님을 따라 파도의 출렁거림을 재미 삼아 닻을 내리고 낚싯대를 던지기 시작했다.

오!! 던지자마자 작은 아들이 고등어 2마리를 낚았다.



그런데...

이게 다다. 모두 쓰러졌다.

그분이 오신 거다.

이름하야 배멀미....


다행히 아무도 얼굴이 안나왔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 쓰러져갔다.

하하! 나 혼자 이리저리 새우를 미끼 삼아 고등어와 잡어들을 잡고 신났지만, 아무도 날 찍어줄 수는 없었다.

나도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한 그쯤 배는 복귀를 시작했다.

배에서 내리고 우리는 말없이? 음료수를 사고, 빙빙 거리는 배와 머리를 붙잡고 밥 먹으러...


출발하기 전에 둘째가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이번 여행은 풍성했으면 좋겠어!

그래? 뭐하고 싶은데?

낚시도 하고, 배도 타고...


그 뒤로 우리는 풍성해? 라며 서로 놀리기 시작했다.


참! 그래도 우린 그 낚시 중에 돌고래를 발견했다.

사진이라 잘 안 보이지만 돌고래 3마리가 우리 앞을 지나갔다. 제주도를 여러 번 왔지만 자연산 돌고래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는 기분은 마치 외계인을 만나면 이런 기분이겠더라!!


하하!!

이렇게 제주도 가서 캠핑을 못하고, 배낚시를 하며 쓰러진

풍성한 얘기를 누군가 공감해주기 바라며, 마무리한다.


제주도 여행기로 다시 정리해야겠다.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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