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젊은날의숲 Jan 18. 2021

막걸리를 마시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다

외로움과 허전함때문에


장수생막걸리를

마시다가.. 최근 느린마을 막걸리로 바꿨다.

탄산이 없고, 걸죽하다.

(몇일 더 마셔보니 트림이 빵빵하게 나오는 장수가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새해가 되면 술을 끊겠다는 어리석은 다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말부터 혼자 살고 있기에 이 막걸리가 위안이된다.

인사동 귀천이라는 천상병 시인의 가족분이 운영하시던 곳이 생각난다.

딱 두병이다.


음악은 더욱 감미롭게, 영화는 더욱 박진감 넘치거나, 슬프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끔 책 속의 문장들이 더욱 가슴에 와닿게도 한다.


아! 단점은 다른 술보다 조금 배부르다.


오늘은 아침부터 막걸리를 벗 삼아 '공정하다는 착각" 이라는 책을 읽었다. 물론 3일에 걸쳐 읽는 중이고 지금은 약 3/4정도 읽은 상태다. 능력주의에 대한 여러가지 정치 철학적 사상들과 미국의 대통령 들의 사례들을 통해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얘기한다.


뭐든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깨는 얘기 들이다.

새벽부터 잠안자고 농사를 짓거나, 김밥을 팔거나, 우리는 주변에서 수도없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분들이 성공했다는 소리는 못 들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의 자식들에게는 다시 똑같은 얘기를 하는 이 능력주의 라는게 운도 필요한것이고, 신도 공평하지 않다는걸 알고 겸손해야하는...


지금도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뭔가 쓸려고 노력하는 이 순간도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 능력주의 떄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능력주의가 사회든 어디든 많은 것을 바꿔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사람과 상황들도 많다. 이 책은 다 이해하고 정리해야 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이 그렇다.


오후에는 최인철 교수의 강연을 찾아 들었다.

스티븐 킹의 '지옥으로 가는길은 부사로 덮혀있다.' 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글과 인생을 비교하였다.

인생도 불필요한 부사가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분사를 쓰는 이유는 자신감이 없고, 내면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생도 소유물이 많은게 부사다. 남들한테 받는 평가 이런게 내 삶의 생명력을 뺏어간다. 글이든 인생이든 간결해야 한다. 이 강연을 들으면서 메모한 내용을 보니 '물욕을 없애자' 라고 되어있네! 요즘은 뭔가 허전하면 조금씩 불필요한 것들을 구매한다. 자전거에 부착할 랜턴부터, 아주 오래전 쓰다버린 로트링 볼펜, 하다못해 핫딜로 뜬 파김치까지 이것들이 나를 충만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필요성을 계속 되내이며 페이버튼을 눌러 버린다. 물론 자중은 하고 있지만, 허전함이 문제다.


그래도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의미 있다.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행위는 누군가와 같이 있거나, 맛있는 것을 같이 먹거나, 책을 보거나, 뭔가 보는 것이다.

(나에겐 이런 행위들이 자기 동조화라는 심리 기재 같다)


결국 눈, 귀, 입, 코가 얼굴에 붙어서 열일을 하는 것 같다.

귀가 허전하면 음악을 틀고, 눈이 허전하면 책을 읽고, 입이 허전하면 맛있는 걸 먹고, 코가 허전하면 초에 불을 붙이고, 그러고 보니 어쩌면 뇌가 아닌 내 얼굴이 나를 통제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


무슨 잡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니 내 글도 부사 투성이다.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으니 부사가 많은건가?

어플로 부사 잘라내기를 만들면 돈좀 벌라니? 글쓰기 영풍이니...




  






매거진의 이전글 미래를 생각하면 사교육이 필요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