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네피에 Feb 04. 2022

프리 가이 - 당신은 NPC가 아닌 것이 확실합니까?

만화경으로 영화보기


오늘도 평범한(?) 출근길에 오르는 '프리 시티'의 '가이'(라이언 레이놀즈)


NPC와 자유의지

NPC는 'None-Player Charater'의 줄임말로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는 캐릭터가 아닌, 그 외 모든 캐릭터를 의미하는 용어다. 흔한 말로 '컴퓨터'라고 칭하는 캐릭터들인 것이다. 이들은 정해진 대사와 반응만 반복하기에, 다소 딱딱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영화 '프리 가이'는 바로 이 NPC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프리 시티'라고 불리는 오픈월드/액션/RPG 게임의 NPC인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는 은행원이다. 가이는 경비원인 절친 버디와 함께 매일 똑같은 대화와 동선을 반복하며 은행으로 출근하곤 한다.


절친이자 경비원인 버디와 함께 은행으로 향하는 가이

게이머들은 '은행털이'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 들이닥치곤 한. 그런데 은행장과 직원, 가이와 버디는 총을 들이미는 게이머들 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는다. 침착하게 형식적인 놀람을 표현하고, 바닥에 엎드려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뿐이다. 이들에게는 은행강도의 등장마저 하나의 '일상'에 불과한 것이다.


NPC들은 정해진 반응과 행동을 할 뿐,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변수를 만들지 못한다. 한마디로 '자유 의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 가이'는 게임 속 NPC에게 자유의지가 생겨났다는 설정을 통해, 완전히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유저 전용 선글라스를 쓰고 게임 UI를 인지하게 된 'NPC' 가이


모방에 대한 역모방

'프리 가이'에서는 게임 세계를 실사(일부 CG)로 묘사하는 방식이 큰 재미요소다. 게임 세계는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창조된 것으로, 현실에 가까울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울 수도 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완벽하게 현실을 모방하지 '못함' 혹은 '않음'으로 인해서 '게임적'인 특징을 가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게임이 가진 '게임적' 특징을, 다시 실사로 역모방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게이머들 익숙수많은 밈과 조크들이 장면 곳곳에 깔려있고, 그 기믹을 찾아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예를 들어 장면 귀퉁이에서 한 NPC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후려치는 유저보이는가 하면, 지형지물에 끼어 이상한 점프 동작을 반복하는 유저도 있다. 제일 압권은 자신이 지나치는 모든 NPC와 유저에게 습관적으로 주먹을 날리 유저다. 비슷한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속으로 낄낄대며 '저런 사람들 꼭 있지'하게 되는 지점인 것이다. 거리에 불타는 탱크가 지나가고, 아파치헬기가 폭격을 한다 해도 플레이어나 NPC들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자기 일에 매진하고, 그러한 '이질감'에서 오는 쾌감이 대단히 신선하다.


'프리 시티'의 실제 개발자 '밀리'(조디 코머)와 '키스'(조 키어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게임 밖에서는 게임 개발자 '밀리(조디 코머)'와 '키스(조 키어리)'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프리 시티'는 사실 악덕 게임회사 CEO가 둘의 게임을 그대로 가져다가 베낀 것으로, 밀리는 게임 속에서 그 증거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게임 안에서 가이가 밀리의 캐릭터 '몰로토브'를 스치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바로 그때부터 가이는 초 NPC로 발돋움한다.

 

가이는 NPC에게 없는 자유의지가 깨어난다. 유저의 전유물인 '선글라스'를 착용하니 각종 오브젝트와 텍스트가 눈앞에 펼쳐지고, 가이도 유저처럼 게임 속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인지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자신에게 접근한 가이가 NPC인 줄 모르는 밀리는, 자신과 어울리기엔 너무 '뉴비'(초보)라며 지적한다. 본격적으로 밀리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가이의 '레벨 업'이 시작되고, 한바탕 신나는 액션 어드벤처가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 가이가 성장하는 원동력은 밀리에 대한 사랑이며, 관객은 처음부터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것은 '가이와 밀리의 러브스토리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NPC와 인간의 러브스토리는, 아직까지 많은 레퍼런스가 존재하지 않는 '희귀 템'인지라 예측이 쉽지 않다.


밀리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프리 시티'의 비밀을 파헤치는 가이

가이의 이야기, 그리고

자유의지를 통해 성장하는 가이 지켜보는 일은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게임에서나 볼법한 화끈한 액션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장면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영화는 별생각 없이 팝콘무비로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야기 이면의 깔려있는 '자유의지'라는 화두는 영화를 관통하며 지속적으로 관객을 터치한다.


극 중에서는 항상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는 NPC가 있다. '어차피 강도를 만날 것이니 들고 있는 게 낫지'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 이 NPC는 팔을 내리는 방법 자체를 모른다. 자신이 선택해서 팔을 들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렇지 않다.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NPC들은 겉으로 보기 멀쩡한, 그리고 스스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인지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초 NPC로 성장한 가이는 다른 NPC들을 독려하며 자유의지를 가지라 외친다.


이 영화에서 교훈을 얻거나 메시지를 찾아 되새기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꼽아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공(Player) 확실합니까?'


'프리 가이' 등장인물 해시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