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2022년 2월 25일 공개된 드라마/법정/스릴러 장르의 10부작 시리즈입니다.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이 열연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2021년 어느 날, 지방법원에 부임한 판사 심은석. 그녀는 감정도 동정도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년범을 대한다. '나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단호한 입장의 은석에게, 충격적인 소년범 재판이 배정된다.
작품 줄거리
연화 지방법원 소년보호 합의부에 새로 부임한 판사 은석(김혜수)은 그 어떤 사건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소년범들에게 범죄의 무게를 깨우치려 온 힘을 다하는 은석. 그런 은석 앞에 촉법 소년법을 악용하는 소년범과 각종 부정들이 나타난다. 은석의 행보는 매 순간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고, 결국 판사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기도 하는데...
1. 소재(특별함) [7점]
[소년심판]은 제목에서 말하듯, '소년 범죄'를 핵심소재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악랄한 소년범들을 처단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소년들이 저지른 범죄의 경위, 사법체계의 한계, 사회 안전망의 부재 등을 두루 짚는 경향이 있어 청소년문제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토막살인 용의자 소년범 백성우(이연)
2. 등장인물(매력) [6점]
주인공인 은석은 극단적으로 차갑지만, 숨은 과거가 암시되어 매력적입니다. 후배 판사인 차태주(김무열), 부장판사인 강원중(이성민)은 착한 부하와 꼰대 상사의 전형적 인물로 보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가 드러나 입체적으로 변화하지만 요새 작품에서는 흔한 설정이기에 그다지 큰 매력은 없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크게 매력을 뿜어내지는 못합니다. 다루고 있는 주제를 최대한 혼란 없이 전달하려는 차원에서 절제된 캐릭터가 활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분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심은석 역의 김혜수
3. 배우(연기) [9점]
은석 역할을 맡은 김혜수의 연기는 정점을 찍은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주연급 여배우들 중 몇 안 되는 독보적영역을 확보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국가 부도의 날', 2020년 '내가 죽던 날' 등의 작품들에서도 날카로운 칼을 보여주었지만, 2022년 '소년심판'에서는 그 칼이 춤을추고 있습니다.
조연 중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것은 차태주 역의 김무열입니다. 전작들에서 극단적인 행동선이나 감정선을 통해 주목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정적인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처분 중인 소년과 이야기하는 차태주(김무열) 판사
4. 장면 전환(리듬/템포) [7점]
[소년심판]은 주로 법정이나 판사의 집무실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회상이나 유추, 현장 조사 등을 통해서 장면이 전환되는 방식으로 리듬을 탑니다. 이런 방식은 적절한 몰입감을 주고 있으며, 지루함과 피로함을 느끼기 전에 분위기를 환기합니다.
리듬감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나 은석입니다. 은석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과거가, 관객으로 하여금 매 순간사건과의 연관성을 유추하게 만듭니다.
5. 장면 연출(볼거리) [8점]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소년 범죄에서 모티프를 삼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소년 범죄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사실 극에서처럼 판사가 직접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극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당 설정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극이 더 흥미진진하게 구성될 수 있었습니다.
재판장에서 소년범에게 냉철한 처분을 내리는 심은석(김혜수) 판사
6. 이야기(스토리텔링) [8점]
[소년심판]은 은석의 이야깁니다. 그런데 은석에게 비밀이 있음이 암시될 뿐, 목적이 무엇인지 뚜렷이 제시되지는 않습니다. 판사라는 속성 상 주어진 사건을 처리할 뿐, 사건을 고르거나 찾아다닐 수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은석은 건강을 잃어가면서도 모든 사건에 필사적입니다. 여기서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것은 은석이 관객이 모르는 숨겨진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관객은 작품 후반부에 가서야 은석이 왜 모든 소년범들에게 그토록 필사적으로 임했는지를 깨닫습니다. 모든 사건들은 매번 은석이 스스로를 새운 심판대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놓고, 후반부에 가서 그 이유를 밝히는 방식은 [소년심판]이 가진 주제를 전달하는데 굉장히 적절해 보입니다.
이 전략은 관객에게 은석을 불편하게 만들어 동일시가 아닌 거리두기 상태로 바라보게 합니다. 보면 볼수록 그녀의 처분은 '착하고, 나쁜'것을 떠나 '옳고, 그름'에 있어서 정의롭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불편한 사람이지만 정의로운 그녀를, 좋아하지는 못해도 응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진부하고 설명적인 진행을 벗어나게 했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갈무리
개인적으로 [소년심판]은 모든 어른들이 한 번쯤은 감상했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충실하게 현시대의 소년범죄를 조명하고 있으며, 사회와 어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짚고 있습니다. 많은 대중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