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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Mar 18. 2024

둘아이아빠

창업

창업을 왜 젊었을 때 하라는지 알겠다.

정부에서도 창업의 기회를 젊은 이에게 주는지 알겠다.


 물론 나 또한 아직 어린 40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 지고 있다.

 처음엔 결혼을 하며, 한 여자만을 사랑하겠노라 약속을 지켜야 했는데, 이제는 한 여자와 살기 위해 집도 지켜애 되고 생활비도 지켜야 됐다.

  두 아이가 생기고선 더 많아졌다. 두 아이의 아빠로써의 역할, 끝나지 않는 육아, 미래에 투자되는 교육비, 애들 장난감 비에 외식 비 까지..

  가지고 있던걸 유지하고 지켜야 히는 터라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체력이 버겁고 시간이 모자르다.


  오늘은 회사 업무를 모두 마치고 창업 특강을 들으러 가는 날이다. 지난 주 월요일에도 재밌게 들었지만, 늦게온다는 아내의 잔소리도 덩달아 들었다. 이번주 월요일까지 교육인걸 말해놓았으니 당연히 이해해주리라 생각하고 몸을 움직였다.

  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이 무겁다. 회사일도 바쁜 요즘, 새학기의 시작으로 육아도 바빠졌기 때문이다. 정부창업투자는 왜 맨날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는지.. 이래저래 신규사업을 신청해 놓은터라 좋은 사람과의 만남과 배움이 필히 필요하다.

  교육이 시작되었다. 다들 직장인이거나 창업 준비중인 20대 후반 내지 30대인데 대단들 하다. 결혼은 했으려나? 아이들은 있으려나? 궁금하지만 다들 열심히 특강을 듣는터라 궁금함은 사치인듯 보였다.

  다들 목표로 잡는 금액은 100억 또는 그 남찟. 만져보지도 못했을 돈이지만 다들 부품 꿈을 안고 도전을 하고 있다. 20살부터 시작할 수 있는 창업을, 지원금 마지막 나이인 40살이 되서야 시작했는지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수업이 반쯤 진행됐을 무렵,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역시나 기억을 못하고 있을 줄 알았다. 문 앞에 자리를 잡은게 신의 한수였다. 가방을 몰래 들고 나와 전화를 받았다.

  " 아 이제 집에 가려구.. 강의였는데 집에가야지. "

  " 아 ! 맞다. 그러네. 끝까지 안들어도 괜찮아? 그리고 올 때 식빵이랑 우유좀 사와. 애들이 사오래. "

  " 알았어. 얼른 갈게."

  머리가 쭈삣쭈삣 가슴이 쿵쾅되었던 창업 수업과는 별개로 이제는 아빠가 되러 집으로 가고 있다. 지하철은 미쳤다. 한역에 한대씩 지하철이 사람을 실으랴고 기다리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 어짜피 좀 늦을 것 같은데, 더 들을걸 그랬나? '

  따르르릉...

  " 오빠! 건빵도 사와. 애가 책보다가 나왔는데 먹고 싶대. 빨리와. "

  ' 에휴.. 역시 사치였나. '

  사람들 틈에 끼여서 같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들었던 내용을 간략하게 전달해 준다. 우리도 으쌰 으쌰 하자고.


  " 아빠 왔다 ~! "

다들 자기 할 일 하느라 인사는 없다. 다시한 번

  " 아빠 왔다 ~ ! "

  " 식빵은? "

 " 건빵 사왔어? "

멀뚱멀뚱 내 양팔가득 들린 비닐봉지를 쳐다보는 아이들..

그래 그래도 이맛에 아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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