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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둘아이아빠 Mar 21. 2024

운동하는아빠

테니스의 디테일..

 테니스 라켓을 쥐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코트 앞에 섰다.

 오늘은 가지고 있는 힘 전부를 쏟아 치라고 했다.

 " 네. "

  온 힘을 다해 스윙을 질렀다. 아니다 다를까, 공은 천장에 자꾸 꽂히거나, 코트 라인 밖으로 날아 다녔다. 

  이렇게 치는게 맞나 싶어 공이 라인 안으로 들어오게 힘을 줄이자

  " 아니요, 있는 힘껏 치세요. "

 ' 오늘은 또 무슨 수업을 하려는 거야? '

  에이 모르겠다. 있는 힘껏 공을 마구 뿌려댔다.


  " 공 나가죠? 선수들은 있는 힘껏 치는데도 왜 안나갈까요? "

  가끔 매일 질문을 던지는 선생님 덕분에 중고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 힘 조절 하는게 아닐까요? "

  " 아니예요. 지금 치실 때 힘을 앞으로 전달 하시자나요. 테니스의 코트는 땅에 그려져 있습니다. 공을 라인 안에 떨어뜨려야 이기는 게임이예요. 힘을 공을 감아 라인 안으로 들어오게 집중해서 온 힘을 다해 쳐야 합니다. 절대 힘조절을 해서 라인 안으로 들어오게 치는게 아니예요. "

  

  그렇게 선생님은 공을 줬고, 나는 최선을 다해 긁어 치려고 했다. 

  " 이제는 타격 위치를 바꾸어 볼 겁니다. 공이 바운드되고 떨어지는 공을 치셨자나요. 바운드되고 올라올 때 공을 쳐보세요. "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 따닥 공을 치라는건데 그건 진짜 어려웠다.


  " 지금 공이 라인 밖으로 자꾸 나가자나요. 더 긁어 안 나가게 하려면 라켓 면을 바꾸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뜨는 공은 더 얇게 치셔야 되요. 중요한건 바운드 되기 전 공도 같은 방법으로 치실 줄 알아야 중수가 아마추어계의 괴물이 됩니다. "


  정말 달랐다. 이제까지는 라켓 면을 잘 잡는 법 부터 배워서 힘으로 조질 생각만 했지, 볼을 어루고 달래면서 컨트롤 하는 방법은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초보, 중수, 고수의 차이는 세게 치는게 아니예요. 볼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 합니다. 세게 치는건 상대방을 겁주기 위한 행동이예요. 나는 다른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힘으로 상대 하겠다. 하지만 이건 운이 좋은 날이나 같은 상대방을 만날 때 이기지, 결국엔 본인 혼자 무너지게 됩니다. 테니스는 80%가 본인 실수고, 20%가 잘쳐서 내는 점수 예요. "


  요새 인생을 배우고 있는건지,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분명 공을 치면서 테니스 레슨을 받고는 있는데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방법에 대해서 선생님이 지적 하는 것 같아 창피했다. 


  " 바운드 되기 전 공을 잘 치다보면, 바운드되고 올라오는 공이 느려보이고, 바운드되고 올라오는 공을 잘 치다보면 바운드 되고 떨어지는 공은 쉽게 보입니다. 나에겐 타이밍 만으로도 3가지 공을 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이제 중수 테니스의 시작 이시네요. 축하 드립니다. "


  내 나이 40살. 아이 둘. 인생에서도 테니스에서도 이제야 중수에 들었다.


  언제 고수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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