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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와 생각 Dec 14. 2021

깊이 있는 글쓰기를 위한 테크닉 1: 정의 내리기

조금은 까다로운 글쓰기; 1인 철학 출판사의 방법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 글은 깊이 있다.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드러내는 깊은 내용은 기발하고, 매력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내 글은 심오합니다’라고 쓸 수 없다. 글이 스스로 깊이를 증명해야 한다. 동네에 잘난 척하는 친구가 ‘나 진짜 똑똑하다’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진짜 똑똑하더라도 밉상이다. 웬만하면 텍스트가 스스로 증명하도록 하자. 


깊이 있는 글을 위해 필요한 테크닉 중 첫 번째는 정의 내리기다. 정의는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한다.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에도 정의 내리기를 사용한다. 남녀가 서로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 물을 때도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는 시도다. 특히 정의 내리기는 글쓰기에서 중요한데, 같은 단어라고 해도 사람마다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글이 깊이 있는 글쓰기의 시작이라면, 정의 내리기는 처음 살펴야 할 테크닉이다.  


글쓰기의 목적에 따라 정의 내리자. 글쓰기에서 정의 내리기는 꼼꼼해야 하지만 완벽한 정의는 불가능하다. 정의를 내리면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고, 그 단어를 다시 정의하며 명증해야 한다. 끝까지 정리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정의하다 보면 결국 플라톤주의자의 형이상학 계급의 최상층인 '일자 (The One)'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하버드 대학의 라이팅 센터에서 철학적 글쓰기 가이드를 작성한 엘리자 처드노프에 따르면, 정의는 말하고자 하는 바의 목적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글의 목적은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일이다. 스스로 선을 긋고 그 범위 안에서 정의를 하면 된다. 아주 명석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불필요한 정의를 덧붙일 필요는 없다. 


마티니치는 정의 내리기를 3가지로 정리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가지고 묘사하기, 일반적인 단어를 명료하게 만들기,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서 의미를 생산하기가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의 정의 내리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 사용하는 쪽은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으면 피하는 편이 좋다. 예술적 기교로써 새로운 단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의를 내리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면 연이어 다른 정의를 또 내려야 한다. 데리다의 Différance 디페랑스(차연)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데리다가 디페랑스를 처음 썼을 때, 데리다의 어머니가 맞춤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의 내리기는 깊이 있는 글쓰기를 위한 하나의 테크닉이다.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철학자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놓고 글을 쓰기 때문에 정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생활도 얼마든지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정의하며 생활한다. 사랑, 운명, 인생, 목표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삶과 너무 가까워 추상적 개념인지 생각치 못 한다. 그런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의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익명의 철학자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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