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
학급 학부모들 가운데에는 학교에서 마련한 정기 상담 외에 1년에 한 번도 전화, 문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쁜 선생님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불편한 사항도 조금 지켜보는 여유를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도 그렇고 학습, 평가와 관련된 요구 사항도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되 부모가 나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다. 본인 스스로 대안을 찾을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멀리 볼 때 자녀의 성장 근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된다.
학기 초 새로운 학급이 구성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성향을 궁금해하며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학부모는 민원을 처리하는 담임교사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함인지 다소 수위가 낮은 민원을 제기한다. 좌석 배정이라든지, 짝꿍 문제, 준비물, 과제 등 민원 강도가 낮은 것으로 전화와 문자를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최초의 민원에 어떻게 응대하느냐에 따라 학급 운영의 1년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친절한 어투, 자세한 설명으로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의 진심이 잘 전달되도록 하되 민원인의 요구를 정확히 분석하는 냉철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본인의 이기심을 제어하지 못해 1년 내내 담임에게 온갖 요구와 학급 운영에 간섭할 소지가 분명해 보인다면 최초의 민원에 확실한 응대가 필요하다. 학급 운영에 불필요한 간섭과 개인의 이기심이라고 판단되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한다.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학급 운영 관점과 본인의 교육 철학적 면으로 설명하고 학생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는 눈이 나쁘니 교실 중앙의 앞자리로 배정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학급에서 모둠은 연중 9회 이상 바꿀 기회가 있고 자리 이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하여 학급 친구들과 골고루 사귈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임을 알린다.
현재 앉아 있는 모둠 자리가 불편하다면 칠판을 보아야 할 때는 앞으로 나와서 쓸 수 있도록 도움 책상을 준비해 배려하겠다고 말씀드린다. 교사는 학생의 어려움을 보살펴줄 의무가 있기도 하고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 담임교사가 학생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민원인도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최초 민원에 대해 교사가 학급 운영의 공정성과 균형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전해지므로 교사의 확고한 원칙과 태도가 중요하다.
민원인의 태도가 평범하지 않아 교사가 부담을 느낀다면 초기 민원부터 강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온화한 표정과 단정한 어투로 학부모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되 불합리한 요구 사항은 수락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좋다. 학생 지도에는 실력과 사랑이 풍부한 선생님으로, 학부모들에게는 공정하고 원칙을 지키는 학급 경영자로서의 인식이 전달된다면 교사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악성민원인이 세상에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교사에게 온갖 폭언과 횡포를 부리고 존경받던 교사를 죽음으로까지 이끈 그들의 행태는 자녀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에게 차마 할 수 없는 언행이기에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의사, 교수, 대기업 회사원, 사업가, 은행부지점장, 고위 공무원 등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왜 교사에게는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최초의 민원을 응대할 때 충분히 숙고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해결이 어려울 경우 학급 문제를 개방하여 학교 관리자와 동료 교사들로부터 자문 받는 것도 좋다. 목소리 큰 민원인의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면 담임교사의 학급 운영을 믿고 따르는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됨을 기억해야 한다. 학급 운영의 균형과 공정성이 훼손되면 평화로운 학급과 구성원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