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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쿨 Mar 05. 2024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멈추어야


2023년 11월 개봉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은 이 시대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생각해 볼 일들이 많이 오버랩되는 영화다.



영화 '괴물' 속 후시미 교장은 미나토 학생을 때리지 않았다는 호리 교사의 항변에 무심한 듯 말했다. "절대로 안 그랬다"라는 교사에게 교장은 "압니다"라 할 뿐이다. 결국 교사는 교장 뜻대로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 사과했다. 나중에 미나토 학생은 교장에게 "거짓말했어요"라며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이런 허탈한 일들은 우리 교육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교사가 성폭행했다고 여학생 3명이 장난으로 신고한 일이 한 교사의 목숨을 앗아가고 가정이 파탄 난 일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서울의 한 초등 교사 A 씨는 지난해 7월 한 학생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쓴 사진으로 불거진 학생들 간 초상권 침해 여부 분쟁을 중재하려 사실관계를 파악하다가 궁지에 몰렸다. 사진을 사용한 학생의 부모는 '다른 학생이 있는 교실에서 자녀를 조사했다'라며 정서학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은 학기 A 씨의 병가, 2학기 전근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안 들어주면 A 씨에 대해 법적 조치한다고 경고했다.



교장은 A 씨가 겸하던 학년부장 역할을 했을 뿐이라 보면서도 도리어 먼저 학부모 방문 당일 A 씨를 신고했다. 아동학대 처벌특례법상 학교 관리자의 신고의무를 의식해서다. 신고는 '아동학대를 알게 됐거나 의심이 들 때' 하라는 건데, 미신고로 받을 불이익의 우려가 '실제로 어땠는지'에 관한 판단보다 앞섰다. A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고, 그다음 달 교권보호 위원회는 학부모의 교권 침해를 인정했다.



교장의 아동학대 신고로 교육 현장이 치른 대가는 컸다. A 씨는 신고된 직후부터 무혐의 처분이 날 때까지 병가를 냈다. 진단서에는 '6주 이상 정신과 치료 필요'라 적혔다. 문제 학부모의 자녀를 피해 다닐 만큼 스트레스가 커져 비정기 전보 신청도 내 다음 달 다른 학교로 떠난다. 



동료 교사들도 안절부절못했다. 43명이 수업 연구할 시간을 긴 탄원서를 쓰는 데 할애했다.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보호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도 교단에 퍼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을 못 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갔을 것이다. A 씨 반 학생들은 믿고 따르던 담임교사를 갑자기 잃었다. 



교육당국의 정확한 지침으로 학부모, 학생들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정서학대 신고를 멈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관련 입법과 교단에 우호적 여론이 생겼지만, 교사가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고소 리스크에 언제든 노출될 우려가 큰 상황은 여전하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에선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에 교사 얼굴을 합성해 뿌린 학생들의 부모 3명이 되레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해 논란이다. 교사들이 촉구하는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 규정 개정은 신중한 입법적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적어도 학교가 멀쩡한 교사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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