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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쿨 Oct 08. 2023

안드라스 쉬프 공연 후기

- 또 만나요~ 안드라스 쉬프 - 


여름에 조기 예매를 해두었던 안드라스 쉬프  공연을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사전 연주곡목을 공지하지 않는 점, 연주와 강의가 함께 진행되는 점이 이 연주의 특이한 점이었다. 작곡가에 대한 설명,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  마치 멋진 식당에서 오마카세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7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앙코르곡까지 끝내니 11시가  다 되었다. 70세 거장은 음악 앞에서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깊은 몰입을  보여주셨다. 연주가 끝나고 무대 뒤로 들어가는 모습도 마치 연주의 연장처럼 느껴진다. 


바흐가 좋아지고 있는 요즘 나는 연주회 가기 전에 바흐' 파사칼리아 2번'을 한번 쳐보았다. 분명 바흐 연주가 있을 텐데 거장이 연주하는 바흐를 듣기 위해 바흐 악보를 한번 눈요기나 하고 떠나자는 마음으로~ 파사칼리아를 듣게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내심 있었고......


역시  안드라스 쉬프는 바흐 연주를 첫 곡목으로 선정했다. 거장의 바흐 연주는 인생을 달관한 자가 내뿜는 편안하고 포용력 깊은 터치였다. 그 어떤 음 하나도 도드라지며 거슬리는 법이 없다. 모든 세상 이치를 수용하는 듯 유려하여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어릴 때는 왜 이 아름다운 음악을 딱딱하고 어렵게만 여겼는지 모르겠다. 


바흐 음악은  논리적이며 절제미가 돋보인다. 순수하다. 투명하다. 질리지 않는다. 개별 음 하나하나가   존중되는 단아한 건축물이다.  바흐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받은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는 그야말로 '바흐 맛집'!이었다.


연주자는 바흐 인벤션, 신포니아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고 어려운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파헤치는 어린 학생들의 학습 방법은 굉장히 위험한 일임을 경고하기도 하셨다. 기본을 중시하는 연주 관점, '피아니스트의 교과서'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2부에서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는 또 한 번 경이롭다. 정제된 미, 음과 음 사이의 긴장감을 딱 알맞은 정도로 통제하는 힘이 곡을 더 탄력 있게 만들었다. 늘 느끼지만 베토벤 곡은 공부하기도 어렵고 연주에도 대단한 스테미너가 필요한 것 같다.  강한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완성도 있게 연주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또, 하이든은 저평가된 작곡가라고 평가하시며 소나타 한 곡을 영롱한 소리로 깔끔하게 연주해 주셨다. 고전 음악은 죽을 때까지 다 듣지도 못하고 끝날 것 같다. 좋은 곡들이 너무 많은데 이 많은 곡을 언제 다  만날 수 있을지......


중간중간 마이크를 잡고 편안한 목소리로 음악 이야기를 풀어주시는 거장의 겸손함과 넉넉한 베풂이 오늘 연주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곡도 4곡이나 연주해 주시고 맨 마지막엔 유머까지! 5번째 앙코르 곳인가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나오셔서 피아노 뚜껑을 덮고 들어가셨다. 예의 그 편안하고 인자한 미소를 띠며~


연주가 끝나고 나오니 프로그램이 이렇게 공개되어 있었다.



다양한 작곡가의 연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피아노를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늘 연주가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가성비 최고, 감동 최고, 거기에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음악에 넘치는 모습도 마음의 울림을 준다. 유튜브에서 그의 강의나 연주 자료를 좀 더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건강하세요~ 안드라스 쉬프!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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