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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스텔뮤 b Oct 16. 2020

코로나 시대 혼밥의 의미

마스크 없이는 안 되는 세상


오늘은 동네에 있는 도서관과 노인정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날이었다. 재난영화같이 오랜시간 어둡게 정차되었던 장면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은 반가운 일상으로의 복귀였다.


도서관에 가고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내고싶어져 찾아갔다. 체온을 측정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었고, 하얀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일상이지만 소중함만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조용했지만 사람들의 설레임이 느껴졌다. 마치 봄날에 대한 기대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때를 가끔  떠올려보기도 한다. 마스크 없이 나오는 TV의 출연진을 보게 될 때면 어색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 지난주에는 차에서 내린 친구와 100m 정도를 걷다가 "아! 마스크!" 하고 다시 차로 서둘러 돌아간 일이 있다. 그때 친구는 웬일로 숨이 잘 쉬어진다 생각하던 찰나였다며 웃었고, 나는 어쩐지 친구 얼굴이 잘 보인다고 생각하던 상황이 그야말로 '웃프(웃기지만 슬프다)'였다.


내가 객실 승무원으로 일하기 위해 중동 카타르에 처음 갔던 해에, 가장 새로웠던 것은 바로 카타리 여자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얼굴을 덮는 '아바야'라고 하는 의상이었다. 이슬람권의 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을 아바야라고 한다. 히잡의 전통적인 종류인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상대방은 눈만 볼 수 있는 복장이었다.


물론 얼굴을 보이는 스타일로 입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복장이었고, 커피나 음료를 마실 때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아바야를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건 "참 불편하겠다...!"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매일 저렇게 지낼 수 있을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카타르에 잠시 왔던 엄마는 지나가는 검 복장 아바야의 여러 명을 보고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여겼지만 카타르에 있었던 6년 반 동안 매일같이 마주하던 복장이 되면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몇 년 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시대가 왔다. 내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에 있으니 그때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간 동안  '커피를 마실 때 빼고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그들의 당부는 당연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1939년에는 영국의 국민 모두가 방독면을 쓰고 지냈다고 한다. 독일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방독면을 쓰고 일상생활을 할 것을 공고했고, 불안해진 영국 국민은 불편해도 안전을 위해 방독면을 쓰고 지냈다고 한다.


2020년 코로나 시대는 올 한 해동안 마음을 어렵게 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매일 마스크를 쓰고 하는 전화통화 그리고 컴퓨터 작업 등의 일상생활 대부분이 신기하게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지낼만하다. 


© enginakyurt, 출처 Unsplash


혼밥에 익숙해지는 시대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식사를 하는 것은 어렵다. 코로나 19 초기에는 우리나라 한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감염이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안전하게 혼밥을 선택해 갔다. 퇴근 후에도 직원들끼리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 먹거나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간단하게 음식을 데워먹을 수 있는 간편 요리의 온라인 주문도 많아졌다고 한다.


혼자 먹는 밥,

국어사전에도 설명이 되어 있는 혼밥


얼마 전에는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의 나 홀로 식생활 라이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과반(54%)이 코로나 발생 전과 비교해 혼밥이 '늘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줄었다'는 응답은 4.7% 뿐이었으며 역시나 배달과 포장음식으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혼밥을 하는 이유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편해서, 코로나 감염 우려"의 대답 비중이 가장 컸다.

              사진: 남아공, 인도, 도하에서 혼밥


생각해보면 나는 혼밥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각국을 돌며 혼밥을 많이 해왔던 것 같다. 많은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 클라우드를 보니 사진들 중 몇 장이 금세 눈에 들어왔는데, 먹음직스럽게 나온 음식 사진들이었다. 혼자 먹는 푸짐한 양의 음식 사진들은 각 도시별로 있었고, 익숙한 듯 각도에 정성을 들여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잘 단련이 되어서인지 요즘도 혼자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일이 어색하지는 않다.


특히 한국인이 나 밖에 없는 비행에서는 브리핑부터 새로운 도시에 랜딩 할 때까지 이어진 대화는 잠시 멈추고, 그곳의 경치를 보면서 혼자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 이유였다. 열심히 일한 뒤 나만의 시간은 꼭 필요했고, 여유롭게 즐기는 혼자만의 식사가 편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외국항공사였기에 혼밥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곳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연차가 쌓이면서 더욱 짙어졌다.


물론 혼자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혼자 식사를 하는 편이 나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거나 마주 보는 대신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는 작은 변화들처럼 그저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조심스러움이 반영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검색창에 서울 혼밥 맛집을 가끔 검색해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곳들이 나온다. 그만큼 1인 가구가 늘어남으로 인한 혼밥족의 증가 그리고 코로나시대까지 생각한다면 혼밥에 대한 의미는 예전과는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제 혼밥은 가볍게 때우기보다는 균형 잡힌 영양소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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