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밖에 없으니 지금 배워놓아야 한다며 친구들이 말할 땐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나에겐 자전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내내 자전거를 타면서 평안을 경험한 나에게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연말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돈을 주고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을 안 하게 된다는 얘기를 주고받다가 충동적으로 골프를 배우기로 했다. 겨울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어 우울해하고 있는 터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면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골프 연습장이 있다. 그것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일주일에 4번이나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마침 집에는 엄마가 쓰던 7번 아이언도 있었다.
골프는 멋진 폼이 생명이라고 들었다. 몇 년을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도 그 멋진 폼은 쉽사리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천천히 배워 나가지 뭐.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내가 조급해 보이지 않아 운동을 하는 데에 있어 꽤 괜찮은 마음가짐을 가졌노라고 혼자 우쭐했다.
3주 동안 총 10시간가량의 레슨 및 연습을 경험해 본 결과, 천천히 완성시키자는 나의 의지는 필요 없었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내 몸이 천천히 완성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머리를 고정하려고 하면 무릎을 펴 일어서려고 하고, '공치면서 일어나지 말라고!'라고 내 몸에게 말하면 클럽 헤드는 공중에서 헛스윙을 날렸다. 심지어 나의 공은 옆 타석 궤적의 정중앙을 정확히 맞추기 시작했다. 내 몸인데 내가 컨트롤할 수 없었다.
연습장에 들어서 뻥뻥 치는 타석 사이에서 쭈뼛쭈뼛 대는 내 모습은 또 어떤가. 난 힘차게 잘 맞아봤자 아직 "턱" 소리밖에 나지 않는데 앞뒤에서 나는 뻥! 뻥! 소리에 기가 눌린다. 혹시나 나의 이 비루한 몸짓과 얼토당토 앉은 공의 움직임에 사람들이 주목할까 봐 마음 졸인다. 언젠가는 종일 공이 빗맞는 소리만 들렸다. 그런 공은 여지없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다가 초라하게 굴러 돌아온다. '그래요, 접니다. 저 이렇게 칩니다.' 초반엔 정말 땀이 많이 났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민망해서 난 땀이었던 것 같다. 어쩐지.. 땀 난 거에 비해 끝나고 집에 올 때 그다지 힘들진 않더라..
요즘 이런 바보 같은 내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부끄러움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설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허술함을 이렇게 또 한 번 자각한다. 하지만 골프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내 진짜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익숙한 것뿐이었을 일상을 능수능란하게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나를 여길 뻔했다. 바보 같은 요즘의 나로 인해 나는 요즘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