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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May 02. 2021

나무 계단 사이를 한 걸음씩 걸었지

By 에밀리 디킨슨

나무 계단 사이를 한 걸음씩 걸었지     


에밀리 디킨슨     


나무 계단 사이를 한 걸음씩 걸었지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머리 위론 별들이 

발아래로는 바다가 느껴졌지.    

 

나는 그다음을 알지 못했어

이게 마지막 걸음인지조차도 -

그건 날 불안하게 걷도록 했는데

어떤 이들은 그걸 경험이라고 부르더군.     




I stepped from Plank to Plank     


Emily Dickinson     


I stepped from Plank to Plank

A slow and cautious way

The Stars about my Head I felt

About my Feet the Sea.     


I knew not but the next

Would be my final inch —

This gave me that precarious Gait

Some call Experience.               




  인생은 걷는 것이다. 그게 길이든 계단이든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내 앞에 나타난 모든 길을 그저 걸어가야만 한다. 처음엔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치고 구르겠지만, 그래도 한 발짝씩 조심스레 걷다 보면 차츰차츰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고, 또 계속 가다 보면, 어떤 날은 별과 같은 행복에 다다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바다 같은 절망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시인의 인생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 또한 행복한 날들과 절망의 날들로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덧 인생의 높낮이를 알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 길이 상처뿐인 것임을 깨닫게 되고, 그런 상처가 아문 뒤에는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저 앞에 죽음이 기다리는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이 많아지는 이유다. 또 끝도 모른 채 이어진 인생이기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스스로의 경험대로 준비하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걱정이 늘어가는 이유다. 경험과 두려움과 걱정은 서로 비례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이 행복한 것과 쉽게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마음이 순수한 이유는 모두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아이들이 통찰을 가지지 못하였다 해서 모두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경험은 인생의 중요한 나침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 인생의 무거운 짐보따리일 뿐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경험이란 것을 사람들이 경험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실체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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