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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Apr 22. 2024

정말 고마웠어. 금비야

2024.4.22


까만색과 흰색 턱시도 무늬를 가진

새끼 고양이가 우리에게 왔던 날은

16년 전이었습니다.


손바닥 크기로 작았

순진한 고양이는

한눈에 반한 우리 가족

사랑을 독차지하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여느 고양이들처럼

결혼도하고 새끼도 낳고

더할 나 없는

행복한 고양이 일가도 일구었죠


그는 사람 말을 하진 못했지만

가족이 무엇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몸으로 마음으로

훌륭히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지방에 갈 때면

자리를 사자처럼 지켜주

아이들이 군대에 갔을 때는

철부지 빠져나간 썰렁한 집에

온기 되주었습니다


슬플 때면 조용히 곁에 있어주었고

위로가 필요한 고단한 밤이면

김없이 곁에 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먼저 가고

이후 하나둘 새끼들이 떠나던 날

픔에 잠긴 고양이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슬픔보단  깊은 사랑을 택한 탓이었죠


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시간

어느 16년이나 

조그만 고양이도 늙고 병이 들었습니다


세상만물 이치는 변하질 않는군요

나이 들면 병들고

병들면 고통이 따라옵니다


밤새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자기 이름을 부르면 대답니다

머리를 쓰다듬으 나오지도 않는 골골 소리가

가래 끓는 소리처럼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한 마음을  담은

작은 입과 눈망울

자기 걱정 말라 오히려 위로합니다


맞아요

어찌 보면 평생 행복하게 살았던 겁니다

미움이나 두려움 같은 세상 어두운 모습은

전혀 모르고 살았니다

래서 고통도 처음 탓에

이것조차 사랑 다른 방편이라 여겼 겁니다


다시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 없는

그 행복한 표정과 사랑스러운 목소리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겁니다




2024.4.22 금비가 떠난 날


그곳에서도 아프지 말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그리고 사랑받으며 잘 살아. 정말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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