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강요하는 사항은 아니다. 다만... 특히, 나처럼 아이가 있고 연구를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정작 연구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의식과 운명과 숙명처럼 숨 쉬듯이 그냥 자신의 분야를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상황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직장에서 작성하는 회의록도, 중간 미팅 준비 자료 하나하나 신경 쓰던 나였고
아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준비물과 과제도 퀄리티를 떠나 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챙기려고 하고
출장을 가도 이해관계자와 미팅 시 간단히 구두로 해도 될 것을, 굳이 현장을 미리 가서 점검하고 미팅 1시간 전에 생생하게 미팅을 준비하던 나였다.
결과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내 상사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박사님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이는 반에서 성실하면서, 학교 수업에 잘 참여하는 학생으로,
현장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장 개선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에 내 체력과 심리적 정서는
반대로 너무나 안 좋은 쪽으로 가게 되었다.
평소에도 예민할 수 밖에 없고, 두통을 달고 살고,
집에서는 아이 얼굴 보는 것도 버거운 잠만 자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특히나, 결혼 후 출산을 해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싱글 때만큼의 아웃풋을 내려는 것 자체가 예민함과 두통,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건 필연적인 것을
귀납적인 일반화를 이끌어 낸다.
잠시 내 일을 서포트하던 직원이 어느 날 나한테 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그냥 쳐내는 식으로 하시고
박사님 중요한 일에 좀 더 집중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냐고..
그 직원의 말이 맞다.
회의록이야 당연히 중간 과정의 기록이기에, 그것이 나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아이 준비물과 과제,, 빼먹을 수도 있고 그것이 아이 학기 전반에 생활 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