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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머쓱 Nov 28. 2020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

바칼로레아가 필요한 '나라는 어른'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프랑스 수능시험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인데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책에서 본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는 아래와 같아요.
1. 왜 우리는 스스로를 알고 싶어 하는가?
2. 교양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가?
3. 나는 내 과거로부터 만들어지는가?

어떠신가요, 정말 철학적이고 길게 쓰기 어려울 것만 같은 문제들이죠. 이런 문제들로 이루어진 '바칼로레아' 라는 시험은 무려 나폴레옹 시절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 입학 자격 시험 제도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학생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네요. 저의 고교 시절에는 수능 공부하느라 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과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독서를 하기보다 나를 아는 것보다 문제 하나 더 맞추고 문법 하나 더 외우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한 방송에서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바칼로레아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한 프랑스 고등학생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그 학생은 바칼로레아를 통해 '하나의 질문에 대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뒤통수를 탁,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본다'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이며 얼마나 멋진 행동인가요.

우리나라에서는 잡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분명히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본 적이 얼마나 있던가? 생각의 끝까지 가면 어떤 기분이고 어떤 게 나오려나. 멋지면서도 학생의 연습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시간은 유한하고 다른 일도 해야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어떤 생각이나 의문점이 들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중요한 세상에서 그 토대가 되는 것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니까요. 매일매일 한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제 말과 행동과 글로 나오는 것이겠죠.

그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칼로니아의 철학적 질문들이 결국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이라고요. 가끔 내 살아온 삶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을 의심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너무 가볍게 선택한 것은 아닌지, 더 좋은 선택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지.

가끔 그런 공허함과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날은 과거의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급하게 몰아치는 일들에 정신을 뺏겨서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생각들의 빈자리가 만들어낸 흔적이 아닐까요. 

인간을 뭔가를 채우려는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결국 채우지 못한 그 자리를 의구심과 공허감과 불안감으로 채우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일은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어주는 단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에 이렇게 글을 통해 '내 생각의 끝까지 가보는 일'을 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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