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누구나 사랑하는 것이 있다. 음식일 수도 있고 운동일 수도 있고 특정 브랜드 일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카피라이터가 사랑하는 것이다.
카피라이터는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문장을 쓴다. 이것으로 밥벌이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것이 있지만 모든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 카피라이터도 마찬가지다. 다만 카피라이터로서 어떤 것의 매력을 문장 하나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좋은 카피를 쓸 수 있으니까. 모든 걸 사랑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은 시인과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한다.
시인이라고 하니 좋아하는 시가 있는데 그 시는 윤동주의 서시(序詩)이다.
서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윤동주는 썼다. 죽어가는 것은 무릇 살아 숨 쉬는 것만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에 날아가는 봉투도 오늘 무심코 산 사탕도 내가 입고 있는 옷 한 벌 조차 카피라이터로서는 하나의 죽어가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더 좋은 카피를 쓸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좋아하게 된 것을 다른 사람도 좋아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