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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머쓱 Oct 28. 2020

내 삶의 가장 큰 적은 귀찮음

카피라이터가 뭐길래

귀찮음을 이기고 무언가를 했을 때, 귀찮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고는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찮음과 동고동락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크는 것만큼 귀찮음도 같이 크는 기분이다. 좀처럼 작아 든 것 같지가 않다.


하루하루가 귀찮음과의 사투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가장 귀찮은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보았다. 그건 뭘까. 바로 글쓰기다. 사실 글 쓰는 일이 제일 귀찮다고 생각했다. 운동은 일단 하면 경쟁심이라도 타올라서 열심히 달렸는데 글쓰기는 좀 다르다. 귀찮음의 끝판왕에 글쓰기란 녀석이 버티고 있었다.


근데 그걸 내가 하고 있다. 작가는 아니고 카피라이터인데, 결국은 글쓰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귀찮은 일을 매일매일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웬걸 그 대단한 사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말하는 '대단함'에는 동경이나 어떤 부러움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속뜻은 '귀찮은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오, 그런 일이라면 피하고 싶군'인 것이다.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이것도 애증의 관계일까 싶다. 어떤 책에서 작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데, 카피라이터도 카피를 쓰지 않으면 참 좋은 직업이다. 그렇게 따지면 회사원은 회사 일을 하지 않으면 참 좋은 직업이다. 아주 환상적인 직업이다.


여하튼 오늘은 내 삶의 가장 큰 적인 귀찮음을 마주 보는 날이다.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없듯이 귀찮음의 존재 의의는 그런 것일까? 인생을 재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까? 바라건대, 그랬으면 좋겠다.


결국에는 나라는 플레이어를 위한 하나의 장치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끝내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덕분에 내 인생이 즐거웠노라고. 너를 이기기 위해 참 고군분투하였노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인생을 플레이할 기분이 든다. 오늘도 나의 귀찮음을 깨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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