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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 초보 Jul 15. 2022

<하이웨이맨> 리뷰

노병들이 바라보는 인생.

주인공은 은퇴한 두 레인저다. 미 개척시대 자경단에서 시작한 레인저는 영화 속에서는 해체된 상태다. 텍사스 레인저는 그 자체로 서부시대의 상징이다. 은퇴한 두 레인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서부시대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은퇴한 두 레인저와 그들이 쫓는 보니와 클라이드는 정의는 사라진 시대 같다. 서부의 카우보이가 지키던 정의는 사라지고 결국 남아있는 것은 범죄자가 영웅이 되어버린 혼돈의 사회다. 경관을 죽이고 은행을 털고 부정의한 그들이지만 찬사를 받는다. 언론은 돈이 된다면 악당마저 영웅으로 만든다. 서부의 시대는 무너지고 정의는 없다. 은퇴한 두 명의 레인저 같이 사회의 정의는 은퇴하고 없다. 사라진 정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 한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클라이드의 아버지와 헤이머의 대화 장면. 클라이드의 아버지는 고작 닭 한마리 훔쳐먹은 아들은 사회가 몰아가면서 아들이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헤이머는 목사를 꿈꾸던 자신이 레인저의 길을 간 이야기를 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신념의 문제다. 절망과 어려움이 자신의 앞에 있고, 그 절망과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신념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건가. 영화는 끊임없이 길을 걷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헤이머와 컬트가 그저 차를 타며 먼 도로를 향해가는 장면이다. 영화의 제목도 <하이웨이맨>이다. 다른 제목도 아니고 <하이웨이맨>일까? 두 주인공은 이미 많은 길을 걷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을 것이다. 인생이란 여정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한 모습이 아닐다. 길을 걷다보면 선택은 필수다. 영화 속에서도 추격전 속에서도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보니 앤 클라이드 일당보다 먼저 앞서 나가기 위해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천 달러를 준다고 하지만 인터뷰를 거절하는 그들의 모습. 언론이 사건을 신화하고 흥미로 삼고 있는 상태에서 길 위에 방황하게 되더라도 옳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상황 속에서 선택하는 길을 묻기 때문에 하이웨이맨들이 아닐까. 단순히 '텍사스 도로 순찰대'가 아닌. 두 주인공 모두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헤이머는 몸에 총탄을 안고 있다. 컬트는 언제 은행에 차압 당할지 모르는 상태이고, 과거에 일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잘못 자는 인물이다. 과거의 임무에서 하룻밤에 50명을 죽인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지니고 산다. 하지만 그들은 죄책감이나 상처라는 이유로 고통을 피하지 않는다. 해야할 일이 있고, 할 수 있다면 선택한다. 인생의 길 위에서 올바른 선택이 뭔지 그 것을 고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노병이다.  영화는 정말 묵직하다. 잔기술 부리지 않고 정석대로 간다. 클래시컬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출과 스토리를 보여준다. 은퇴한 레인저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그들의 신념, 행동을 그리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게감 있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온전히 영화를 이끈 두 배우에 대해서도 빼먹을 수 없는 영화다. 우디 해럴슨, 케빈 코스트너 두 배우는 이름값을 한다. 대립되는 성격 속에서도 함께 하는 두 캐릭터의 케미가 뛰어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두 배우가 아니라면 누가 했을까 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봉준호의 <옥자>, 코헨 형제의 <카우보이의 발라드> 같이 소위 네임드 감독의 작품이 아니라면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존 리 행콕도 <파운더>나 <블라인드 사이드> 같은 명작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작품을 만든 사람이었다. 괜찮은 감독이지만 네임드의 반열이라고 하기는 힘든 감독이다. 이번 <하이웨이맨>은 꽤 괜찮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초반 스타일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호평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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