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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일걸즈 Dec 19. 2020

유랑 인 더 원더랜드 下

Part 2. 외톨이 어드벤처

“이 근방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니?”

“저쪽 방향으로 가면,” 고양이는 오른쪽 앞발을 흔들며 대답했다.

“모자장수가 살아. 그리고 저쪽 방향으로 가면,” 이번에는 왼쪽 앞발을 흔들었다. “삼월 토끼가 살지. 둘 다 미쳤으니까, 아무나 맘에 드는 쪽을 찾아가 보렴.”

“하지만 난 미친 사람들한테 가기는 싫은걸.” 앨리스가 대답했다.

“저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다 미쳤어.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고.”

“내가 미쳤는지 네가 어떻게 아니?” 앨리스가 물었다.

“넌 확실히 미쳤어. 아니면 여기에 왔을 리가 없어.”

그것으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_<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체셔고양이와 앨리스의 대화 中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마을을 떠나 소피아로 향하는 기차는 내일 오후에나 있었다. 기차역으로 돌아갈 택시를 부를 불가리아 유심도 없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명료했다.

이전 여행자가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한 건지 집이 아주 엉망이에요. 마을도 제 예상보다 훨씬 외진 곳에 있어서 겁이 나고요. 아무래도 약속한 만큼 오래 머무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나는 쓰고 지우길 반복하며 집주인 댄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내 앞엔 도착할 때처럼 꽁꽁 싸매진 배낭이 있었고 그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이 집에서 건드린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 역시 없었다. 그러나 인간이란 동물은 생각보다 멍청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릿했어야 할 내 사고회로는 평소와 다르게 돌아갔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뼈를 울리는 와중에도 나는 내 목숨 대신 무책임하게 보일 첫인상을 걱정했고, 집을 맡긴 댄의 기분과 홀로 남겨질 그의 반려동물들을 염려했다. 나는 내일 당장 떠나야겠다는 말 대신 이불 빨래를 할 세탁기의 위치를 물으며 멍청한 메시지를 끝맺었다.

가장 깨끗해 보이는 베개와 이불을 탈탈 털어 가장 멀쩡해 보이는 소파베드에 깔고 누웠다.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나무문이 덜컹거리면 누가 들어오나 싶어 귀를 쫑긋거렸고, 만일의 경우 방 안의 어떤 물건으로 공격을 해야 할지 계획을 세웠다.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거라 여겼던 개들은 30분마다 요란히 짖어대며 더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소파베드는 딱딱해 허리가 아팠다. 어쩌면 세르비아에서 열이 났던 것, 그래서 기차를 미뤄야만 했던 것, 소피아의 호스텔이 엉망이었던 것 모두 이곳에 오지 말라는 신의 계시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곳에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리로 오게 만들었는지, 대체 내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머저리였다.


새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지난밤과 달리 시야가 환했다. 아침이라는 사실에 그토록 안도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방 밖에서 밤사이 들어온 고양이가 사료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소리가 들렸다. 척추뼈가 녹슨 것처럼 끼익 대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씻지도 않고 한참을 소파에 누워있다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이 정말 거지 같아서 어제는 오열했지만 오늘은 나름 괜찮아요, 라는 말이 나로선 최선의 소식이었다.

세수를 하고 대충 헤어밴드를 눌러썼다. 위에 옷만 갈아입은 채 밖으로 나섰다. 집에 콕 박혀 있다간 또 온종일 울다 하루를 보낼 것 같았다. 마을은 범상치 않았다. 집 옆 숲길에선 한 아저씨가 양 떼를 몰고 홀연히 사라졌다. 옆집의 인상 좋은 할머니는 예쁜 머리 두건과 코발트블루 색의 자켓을 입고는 골목에서 닭 떼를 혼내고 있었다. 그는 나무막대기를 흔들며 닭 떼에게 고함을 치다 나를 보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얼핏, 어릴 적 동화책에서 비슷한 그림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을 때 즈음 마을 입구가 보였다.


붉은 벽돌로 지은 견고한 건물 앞에는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 앞에는 정자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가게로 들어가 살 만한 물건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초콜릿, 담배, 탄산음료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할아버지 댁이 있는 거제도 구조라의 동네 슈퍼를 떠올렸다. 그 작디작은 바닷가 마을 슈퍼에도 라면이랑 마른미역 정도는 있었는데. 나는 가게를 잠시 훑어보다 코코넛과 파인애플 맛이 나는 작은 병 음료를 사서 가게 앞에 앉았다. 내 옆엔 개구멍으로 빠져나온 로저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댄의 반려견은 몸집 순으로 로저, 터키 애니, 두포노반이었다. 터키 애니는 온종일 마을을 쏘다니느라 얼굴을 본 적이 드물었고, 작고 뚱뚱한 두포노반은 늘 울상을 짓고 있어 쳐다보고 있노라면 나조차 우울해졌다. 늑대만큼 큰 로저는 마치 새끼 강아지처럼 굴었는데, 내가 어딜 가든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마을 사람들은 로저와 내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댄의 집에는 <불가리아어로 대화하기>라는 작은 책이 있었지만 의욕이 없어 펼쳐보지 않았다. 나는 손짓발짓으로 그들과 대화하길 시도하다 이내 포기했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함께 담배를 태우고 음료수를 마셨다.

눈앞으로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탄 노인이 지나갔다. 슈퍼 앞 정자에는 카드 게임이 한창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껄껄거리며 카드를 의자에 철썩철썩 내려놓았다. 죽어가는 댄의 집을 제외한다면 그 마을은 생기 있고 평화로웠다. 너무 평화로워 금방 지루해질 정도였다. 웃는 사람들을 보니 거칠었던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는듯 했다.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 내가 살면서 언제 또 불가리아 사람들이 고스톱 치는 모습을 보겠어.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잘 살아보자고 나는 당차게 중얼거렸다.


낡은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나는 다시 엉엉 울었다. 댄의 집은 마을 산책이 꿈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무인도에 홀로 버려진 느낌을 들게 했다. 이후 이틀은 온종일 ‘남아보자’와 ‘떠나자’의 반복이었다. 골목길에서 동네 할머니를 만나면 마음이 놀랍도록 편안해졌다가 똥을 쌀 수 없는 화장실을 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행히 댄이 ‘정원garden’이라고 부르는 정글에 나무판자 화장실이 하나 더 있었다. 전구가 나가서 어두컴컴했지만 볼일을 볼 수는 있었다) 어찌나 우울했던지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입은 원하지 않더라도 내 몸은 영양소가 필요했다. 기차역이 있던 폴스키 트람베쉬에는 장을 볼 수 있는 슈퍼가 많았다. 나는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내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나와 낑낑거리며 안장을 낮췄다. 자전거를 타고 옆 골목길로 들어가자마자 뒤에서 동물의 달음박질 소리가 들렸다. 개구멍으로 탈출한 로저였다. 나는 자전거를 세우고 열쇠로 다시 집 문을 열고, 로저를 집어넣고 다시 문을 잠갔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니 어느샌가 로저가 또 나를 뒤쫓아 오는 것이었다. 로저와 나는 집어넣고 따라오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 결국 함께 폴스키 트람베쉬 마을로 향했다.


동유럽은 위치상 태양과 더 가까운 게 분명했다.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오롯이 내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지만 말이다. 폴스키 트람베쉬 마을로 가는 30분 동안 내가 마신 탄산 음료와 물 몇 컵은 모두 땀으로 배출되었다. 햇볕이 어찌나 뜨거운지 몸이 찐득한 껌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먹은 게 없어서 머리가 핑글핑글 도는데, 설상가상 자전거 바퀴에는 바람이 없어 속도가 나지 않았다. 로저도 더운지 커다란 혀를 추욱 늘어뜨리고는 헥헥 거리며 나를 뒤쫓아왔다. 나는 가끔 앞에서 달려오는 차를 피하느라, 또 로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느라 앞뒤를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멀리서 트럭이 덜그럭거리며 달려오면 로저는 재빨리 도로 밖 덤불로 숨었다. 그리고 다시 헥헥거리며 나를 뒤쫓아왔다.


폴스키 트람베쉬의 마트는 작았으나 필요한 건 모두 있었다. 일주일 치 정도의 식재료를 사서 나왔다. 몇 개 산 것 같지도 않은데 무게가 꽤 많이 나갔다. 마트 문을 열고 나오니 한 남자가 자신이 타던 자전거를 세우고 로저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키가 컸고 시원해 보이는 하늘색 줄무늬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백발이었으나 얼굴은 그만큼 늙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아가씨가 이 개의 주인이오?”

“아니요. 어… 이곳에 사는 친구 개를 제가 돌봐주고 있어요.”

우리는 로저와 함께 마트 바로 앞 바닥에 주저앉았다. 남자의 이름은 에밀이었다. 카란치 마을에 머무는 중이라고 하자 에밀은 살짝 놀라며 어떻게 그곳까지 가게 됐냐고 물었다. 그러게요. 저도 어떻게 제가 거기까지 가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멋쩍게 웃었다.

자전거 앞에 장바구니를 실으니 핸들을 움직이기가 버거웠다. 이 땡볕에, 심지어 오르막길을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 멀미가 났다.

“혹시 이 근처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나요? 바퀴에 바람을 채워야 되거든요.” 내가 물었다.

에밀은 수리점은 잘 모르겠지만, 대신 자신의 집에 있는 펌프를 가져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5분 정도 뒤 에밀이 펌프를 가지고 왔지만 쓸모가 없었다. 댄의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은 이미 망가졌거나 망가지기 직전이었다.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힘찬 펌프질과 상관없이 바퀴엔 바람이 들어가지 않았다. 에밀은 송골송골 맺힌 땀을 슥 닦고 말했다.

“안 되겠어요. 그냥 내가 마을까지 태워다 줄 테니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나는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체면을 차리며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원한다면 당장 백팔 배라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에밀의 차 트렁크에 자전거를 대충 싣고, 로저를 데리고 뒷좌석에 앉았다. 다시 정글 같은 길을 지나고 카란치 마을의 상징 같은 붉은 벽돌 건물이 나타났다. 에밀은 나와 로저를 그곳에 내려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나는 번호가 적힌 종이를 손에 고이 쥐고 집으로 향했다.

계란 두 알을 프라이팬에 올려 구웠다. 속에 온기가 대충이나마 돌자 몽롱했던 정신이 또렷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밤, 무책임하게 떠날 순 없다며 어찌할 바 모르던 내게 루가 말했더랬다. 랑아,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야. 너를 지키는 거야. 나는 접시를 물에 헹구고 침대에 앉았다. 한 달 뒤로 예약해 놓았던 덴마크 행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대신 일주일 뒤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루의 목소리가 귓가에 잉잉거렸다.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야. 나를 지키는 거야.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낡고 거대한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먼저 방마다 흐트러져 있는 칙칙한 이불들을 걷었다. 돌처럼 굳은 세제를 부숴 세탁기에 넣고 이불 빨래를 돌렸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먼지 쌓인 청소기를 찾아 거미줄을 제거했다. 청소기 목을 짧게 만들어 구석구석 쳐진 거미줄을 모두 빨아들였다. 방바닥과 침대에 쌓인 낙엽을 치웠다. 부엌 바닥에는 좁쌀만 한 벌레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청소기가 바닥을 한 번 쓸 때마다 우웩,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음은 철조망 수리였다. 이놈의 강아지들은 철조망을 부숴 제멋대로 마을을 쏘다녔다. 나는 창고에서 철사와 펜치를 찾아 수리를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 마음대로 집 밖을 나돌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는 있는 울타리를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세탁기에서 이불을 꺼내 빨랫줄에 매달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나는 댄에게 아주 긴 메시지를 남겼다. 집에 있는 온갖 것들을 정리했으며 이불 역시 빨아두었으니 다음 여행자에게 일러주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답장이 어찌 되었든 이젠 아무 상관 없었다. 떠날 준비가 다 되었다.


마지막 날 저녁은 댄의 소개로 마을에 살고 있는 영국 할아버지 고란의 집에 초대받았다. 놀랍게도 카란치 마을엔 댄을 포함한 영국인 네 명과 이스라엘인 한 명이 살고 있었다. 대체 왜 내가 울며 난리 치는 사흘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고란은 매쉬드 포테이토, 통조림 닭가슴살, 통조림 콩을 접시 위에 한가득 놓았다. 내 옆엔 유부남 애인과 사랑의 도피를 왔다는 영국 여자애 한나가 앉았다. 감자는 싱거웠고 닭가슴살은 퍽퍽했고 콩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지만, 마지막 날 밤을 홀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 만났는데 내일 떠난다니.” 한나가 말했다.

“그러게.” 내가 대답했다.

“이렇게 빨리 가는 줄은 몰랐네.” 고란이 아쉽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게요.” 내가 말했다. “저는 제가 이만큼이나 머무를 줄 몰랐어요.” 물론 뒷말은 꿀꺽 삼켰다.

나는 고란에게 에밀의 번호를 주며, 다음날 정오에 마을 입구로 나를 데리러 와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거의 풀지 않아 쌀 것도 없는 짐을 다시 쌌다. 그리고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에밀은 나를 태우러 오는 것으로 모자라 기차역에서 티켓 끊는 것을 도와주고, 역 근처 카페에서 콜라 한잔을 사주며 기차가 오기 전까지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러고는 홀연히 나타났던 것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원대한 계획으로 가득했던 불가리아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폭신한 침대에서 눈을 떠 강아지들과 따사로운 산책을 나가는 일은 없었다. 싱싱한 채소로 밥을 지어 먹거나 마을 사람들과 웃으며 날씨에 대해 수다 떠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황망하지는 않았다. 토끼굴로 들어가는 것부터 온갖 케이크와 물약을 마시고, 모자장수와 삼월토끼의 티파티에 참석하고, 빨간 여왕에게서 벗어나는 것까지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냈던 앨리스처럼, 이 모든 모험의 시작과 끝엔 내가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며 마트에서 산 초코쿠키를 꺼내 물었다. 저릿한 단맛이 단번에 퍼졌다. 역내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허벅지 위에 뜨겁게 앉았다.

기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성지윤
글 옥의진(유랑), 사진 성지윤(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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