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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코드 Jun 23. 2023

엄마는 왜 승무원을 했어?

나의 하루를 스스로 꾸려가는 일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왜 승무원을 한 거야? 그냥 다른 엄마들처럼 회사에 다니지 그랬어.”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서 아이가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24살. 졸업 연도에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작은 회사에 입사해 감사히도? 사회생활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내가 선택한 첫 사회생활이 아니었다.

1년 동안  이것저것 일을 하긴 했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나는 새로움을 꿈꿨던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승무원 공채가 뜬것을 보았다.

‘그래 이거다 지원해 보는 거야!‘

그날부터 나는 승무원 합격을 위한 몰입을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며 이직을 준비를 시작한 것이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면접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때는 갑자기 그것이 간절해져 그 순간에 몰입했었던 것 같다.

새벽 6시 영어 학원에 들러 면접을 위한 영어 수업을 받고 회사에 출근했다.

또 퇴근하고는 승무원 학원에 들러 면접준비와 서비스업의 기본자세를 배우고 새로운 어피어런스를 만들어 나갔다.

주말도 예외는 없었다. 카페에서 만난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들과 함께 서로를 피드백해 주며 스터디를 해 나아갔다.


강남에서부터 수업을 받고 다시 충무로로 출근했으니 거리도 꽤나 멀어졌다.

이동 시간 동안에도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하철 안에서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핸드폰 녹음기에 녹음해 듣고 다니며 연습했다.

정말 거의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그것에만 몰입했던 것 같다.

그것 말고는 머릿속에 없을 만큼 거기에 푹 빠져있었다.



1차 면접이 붙고 2차 면접이 붙고 나니 수영테스트가 남았다.

이번엔 수영 강습을 받아야 했다. 이번엔 출근 전 새벽마다 집 앞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며 합격만을 기도했다.


드디어 최종합격 발표가 있는 날.

하필 퇴근 전 6시에 발표였는데 그날따라 야근이 있던 날이었다.

‘하아.. 떨려 진짜..’

컴퓨터 모니터 창을 크게 열어서 확인할 수도 없어 온갖 다른 창을 띄워 놓고는 모니터 한 구석에 합격창을 숨겨 확인을 눌러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뭐?!! 꺄!!!!!!!’

와 마음 같아선 정말 소리라도 지르며 뛰어다니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 오랜 꿈도 아니었고 내 기억 어디엔가 ‘그래 나중에 승무원이란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

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았는데 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몰입했던 것일까?

(오랜 시간 승무원만을 꿈꿔왔던 예비 후배들이 이 글을 혹시나 읽는다면 너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인고의 시간을 보냈음은 사실이니까..)


어쩌면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를 시도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역경 도전해 보고 싶었고

나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보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나의 사랑 육아멘토 오은영 박사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부모교육의 가장 큰 끝은 나의 아이를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일’이라고.

나의 아이를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일이란 나이에 맞게 스스로 나의 하루를 꾸려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하셨다.


아이가 어느 정도 부모 없이도 집에 혼자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면

부모가 직접 차려주지 않아도 밥솥에 있는 밥도 밥그릇에 푸고, 김치도 꺼내어 먹고 내가 먹은 그릇 정도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설거지 정도도 하고 약속된 시간에 학원은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 하나 더 잘해서 높은 점수를 받아 오는 것보다는 그렇게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아이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그렇게 자기 자신을 계획할 수 있는 아이가 자라면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경험한다면

세상에 그런 아이가 못할 일은 무엇이 있겠는가.


‘엄마는 왜 승무원을 한 거야?’


아이의 작은 질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 체 그냥 하루를 살고 시간을 보내며 고민한다.

내가 정작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이 소중한 시간들을 보낸다.

오늘의 잘못은 내일 수정하면 되고, 올해의 잘못은 내년에 다시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나의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든 순간 그것을 다시 새 삶으로 수정하기란 어렵다.

이 세상에 부자나 성공한 사람들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똑같이 주어진 사실이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진 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 하루를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나의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꾸려갈 수 있는지가 보일 것이다.


입사 10년 차.

처음의 불타올랐던 그 열정이 식어 어떨 땐 그냥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나갈 때도 잦아진다.

세상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한 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출근 전 나를 성찰하는 글을 써본다.

늘 일상속 같아 보이는 나의 비행근무에서

내가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감사한 하루를 보내야겠다.


내 아이는 조금 더 일찍 스스로 하루를 잘 꾸려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든든한 부모도 되어야겠다.


“엄마에게 생각이 되어주는 질문 해 줘서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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