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망 Sep 16. 2022

시집 -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될 일들이 생깁니다.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을 세삼 감사하게 됩니다.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손을 씻으라고 둘째를 재촉하며 부릅니다.


내가 씻는 김에 함께 씻으면 편하겠기에

아이를 마구 다그칩니다. 빨리 오라고.

급히 오던 아이는 화장실 바닥 물을 밟고

그대로 뒤로 넘어 갑니다.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듣고 서야

아이가 다쳤음을 알았습니다.

조심성이 없다고 우는 아이를 윽박지릅니다.

너무 아팠을텐데 화난 엄마 때문에

크게 울지도 못했습니다.

늘상 하던대로 머리를 마구 문질러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미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1초만 앞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소독약과 후시딘을 부탁하고 자세히 보니 머리가 찢어져 벌어져 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해야했습니다.


응급실로 출발합니다.

차를 타고 가며 내가 믿는 신께 큰소리로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밖에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나의 딸입니다.


두시간 전 남편과 싸운 일, 그동안 아이들에게 잘못했던일, 모든 잘못들이 떠오릅니다.

회개 기도를 하며 도착한 응급실.

수속을 밟는 내내 주책없이 손이 떨고 있습니다.


씨티를 찍고 나서,

아이의 찢긴 머리에 아무 약도 없이

생으로 호치키스를 여섯번 박았습니다.


씨티를 찍을 때 옆에서 발을 잡고 있어 주는것

호치키스를 찍을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


사진상 무탈하다는 말씀과 드물게 사진상으로 나타나지 않을 후유증에 관한 주의를 듣고 병원을 나섭니다.


연신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리며

일주일뒤 무탈히 봉합 풀고,

잘치료되길 기도합니다.


그간 많이 아픈 아이들에 대한,

더 큰일을 겪었을, 격고 계실 분들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큰 상처와 아픈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호들갑 떤것도 죄스런 맘이 들었습니다.


무사히 차를 타코 돌아 오는 길이

너무나 평안합니다.


집에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노래를 부르는 작은 아이를 꼬옥 안아줍니다.

너무나 작고 연약한 아이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고 잘 지켜주어야겠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을 자고 싶지만

놀랜 가슴이 잘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봉합을 풀면 그때는 단잠을 이룰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시집 - 개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