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10년?
육아일기중
큰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출이란 것이 싫어 전세만 살아온 언니가
기자인 형부의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사 40평대 아파트를 분양 받고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알바를 구해야겠다 한다.
전세지만 지금 살고 있는 30평대의 아파트도 훌륭하건만 굳이 이 시기에(인구는 줄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하락하는 분위기에 그것도 형부의 수입은 줄고 있는 이 타임에.. 그렇게 진즉 아파트를 사라고 할때는 듣지도 않고서는) 평생 거주 목적도 아닌 재테크 차원이란다.
재수를 하는 외동딸의 사교육비를 제외한 일체의 모든 생활비를 지독히 아끼는 언니지만 분양받은 아파트 대금을 내느라 더이상은 아껴서는 될 일이 아니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우리집으로 왔다.
3년전 남편이 동료들과 회사(공장)를 차리면서 자가를 팔고 방 두칸짜리 작은 빌라로 옮긴후에 언니의 첫 방문이었다.
나는 지금의 집도 너무 만족하고 좋기 때문에 언니의 방문이 크게는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엄마에게는 말씀드리지 말라는 당부는 했다.
평소 언니는 나의 씀씀이에 대해 조금 더 아끼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맞는 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알뜰하게 살아서 주요지역에 30평대 아파트를 살고 있는 언니가 훨씬 잘 살고 있는게 맞았다.
하지만 나는 언니와는 가치관이 조금 다르다.
언니는 새 집에 들어갈 인테리어 비용때문에 알바까지 해야하지만, 나는 애초에 집 욕심도 없고 인테리어나 비싼 가전 제품에는 관심도 없다.
물론 너무 큰 비용들이라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아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독하게 알뜰한 언니는 부모님 여행 경비를 내드린 적도 없다.
내일 모레 가게 될 캠핑장도 모두 내 자비로 냈다.
부모님 생신때 여행이라도 가자고 몇번이나 제안했지만, 언니는 4형제가 모아둔 회비는 부모님 아프시거나 큰 일이 생겼을때 써야 한다며 회비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첫째니까 책임감 등 그럴수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팔순이신 부모님과의 남은 시간이 내게는 더 소중했다.
결국 내 자비로 우리 가족 여행가는 김에 언니 오빠들 숙소까지 모두 예약했다.
다행히 절대 동참할 것 같지 않던 오빠까지 올케언니의 설득 덕에 전원 참석하게 됐다.
막상 우리 집에 들어선 언니는 생각보다 크게 놀라거나 걱정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형편도 넉넉지 않으면서 여행비용은 왜 냈으며 평소 나의 씀씀이를 이야기했다.
물론 나도 브런치의 좋은 글들을 보며 비로소 30년 넘은 경제 관념을 바꿨다. 목돈을 만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지난주부터 생활비를 적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
하지만 내게는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건 바로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며 추억이다.
돌아보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은 대략 아이 나이 5세부터 15세 이전이지 싶다.
길어야 10년의 시간이다.
아이와 말이 통하고 대화라는 것이 가능한 나이부터 중2병이 생기기 시작하기 전까지가
아이들과 놀러다니고 좋은 추억을 쌓기 좋은 때인것 같다.
사회적으로 과장급이상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줘서 아이들과의 추억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알뜰하고 절약하는 것은 물론 좋고 그래야 하지만, 부모님에게조차 혹은 내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에는 그래도 쓰면서 살고 싶다.
방학이면 가는 캠핑장이 있는데 그곳은 한적하고 가족단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쉼의 여행을 선호하는 나는 해마다 찾게 된다.
여러 가족이 함께 가면 사실 어른들은 더 즐거운게 사실이지만,
자칫 아이들에게 소홀하기 쉬워진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놓고 아이들에게는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여럿이 가는 곳은 당일 수영장 등으로,
여행은 오롯이 우리 가족만 가도 좋다.
맞벌이로 평소 다른 엄마들처럼 대화도 많이 못해주고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휴가 때 만이라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다.
집에서는 보이는 집안 일이 없으니 아이들과 노는데 집중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 아닌 아이들과의 즐거운 추억을 위해 월요일 여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