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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준희 May 07. 2024

음악은 나의 삶을 빛나게 한다/열네 번째

파비오 비온디와 시대연주 앙상블

 파비오 비온디가 연주하는 시대음악은 역동적이고 시원하다. 감정을 넘치게 표현하지 않고 단순함 속에서 곡의 정수를 알아보게 만든다. 그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이면서 지휘자이고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1989년에 그가 창단한 에우로파 갈란테는 주목받는 시대연주 앙상블이다.


 LG아트센터에서 5월 4일 토요일에 ‘파가니니 소나타’ 연주가 있었다. 파가니니는 악마적인 기교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하지만 기타 연주도 뛰어났고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를 많이 남겼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음악 발현악기 연주자인 잔자코모 피나르디와 함께 연주를 했는데 그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멤버이기도 하다.


 난 두 번째 줄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으므로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집의 거실에서 감상하는 것 같았다. 바이올린은 노래를 부르듯이 호흡을 하면서 연주하는 악기이다. 그리고 기타는 그 현란한 양손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듯이 화성이 가능하다. 바이올린과 기타가 단둘이 엮어가는 세계는 파가니니가 무얼 말하고 싶은 지 귀 기울이게 했다. 여섯 개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난 특히 4번과 2번이 마음에 들었다.  4번은 파가니니의 개성을 알아채게 하는 곡이고 2번은 현란한 피치카토(활로 긋는 것이 아니고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는 주법)에 아찔해지는 곡이다. 파가니니는 피치카토 주법을 기타 연주에서 영향받았다고 한다.


 1부와 2부의 마지막 곡은 바이올린 독주였다. 1부 끝곡은 스웨덴 출신 작곡가인 로만의 아사지오 d단조였고 2부 끝 곡은 비버의 묵주 소나타 16번 파사칼리아 ‘수호천사’였다. 이 곡을 비온디가 연주하는 것으로 처음 들어서 다행이다.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먼저 들을 뻔했다. 곡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면서 한 호흡으로 나아가는데 그 힘이 무한하게 느껴졌다. 급기야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샤콘느를 기억 속에서 끌어내었다.



 앙코르곡으로는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인 파가니니 소나타 12번,

                   7번 소나타 2악장 Walzer,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의 2악장을 연주했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학구적이고 즐거운 연주회였다.


 파비오 비온디의 공연들 중에 특별히 잊을 수 없는 공연이 있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아직 우리 사회가 큰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을 때인 5월 7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비발디 곡으로만 레퍼토리를 채운 공연이 있었다. 하지만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는 첫 곡으로 아르보 페르트의 진혼곡을 연주했다. 거의 변화가 없는 긴 곡이었던 것 같다. 참담한 마음에게 담담히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그런 곡이었다. 음악은 모든 것을 표현하고 또 전한다.


 다음엔 어떤 레퍼토리로 공연을 할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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