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할머니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다는 건...

by 별에서 온 언니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는 항상 바빴다. 부엌이며 거실이며 화장실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왔다 갔다 만들고 쓸고 닦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딱 하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그때는 뭐 그리 잼나보이지도 않는데 저렇게까지 읽는 것이 이상도 했다.


반백살이 되고 보니 이제야 알아지는 것이 있다.

엄마는 살려고 읽었구나...


며칠 전 물었다.


"엄마, 나 갱년기인가 봐... 아침에 눈뜨고 첫 번째 든 생각이 지겹다는 거였어... 엄마는 이 지겨운 인생을 어떻게 지금까지 산 거야? 진짜 요즘 같아선 살기가 싫다..."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울 엄마가 말했다.


"그냥 살았지. 하루하루 버티니 살아지더라고~너희 셋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지~덕분에 살았지. 엄마는 지금이 제일 좋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더라고~"




버티면 내게도 좋은 날이 올까

엄마가 하는 말은 여태가 거의 맞았다.


버티면 좋은 날 오겠지,,,


반백살 되고 보니 뭐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이 왠지 처량하다.


인생이란 게...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또다시 털고 일어나 그 자리에라도 머물러야 한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걸.


내 선자리 맡아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겨우 한 뼘만 한 내 자리...


울 엄마는 그 자리에 매일 책을 펴두었다.

그것이 엄마를 버티게 했겠지.


해가 들면 온 세상이 환히 보이다가

그늘지면 답도 없는 이 마음이 화가 난다.


그래 오늘도 하루 그냥 버텨보자.

우리 엄마도 살아낸 이 인생...


내일은 잠깐 힘이라도 줘보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