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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장 Jul 24. 2021

오늘도 의미 있게 살았나?

삶의 가치 적분하는 방법

 인간에게 있어서 1분, 1시간, 1주일, 1년을 산다는 것은 동일하다고 볼 수도 있고 매우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이 인지하는 시간 단위는 일초에 수십 번으로 개인 간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동물 종의 시간이나 나아가 우주의 나이 등의 거시적 관점에서는 동일한 시간의 척도에서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단위 시간 동안 인간은 모두 동일한 시간을 사는가? 물리적으로는 ‘그렇다’인데 또 다른 관점이 있을까? 동일한 시간을 ‘사는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는 건 시간만의 함수라고 볼 수 없다. ‘사람이 산다’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즉, 살면서 순간순간 느끼고 행동하는 가치에 있다고 본다. 결국 인생 = 가치와 시간의 함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제 나의 시간을 t, 오늘 나의 시간을 t’라고 하고 어제 특정 시점에 내가 얻은 가치를 f(t)라고 하고 오늘의 가치 함수를 g(t’)라고 하자 이걸 아래 그래프처럼 하루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하루치의 가치가 나온다. (적분은 그래프의 선 아래쪽 면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이걸 일주일 일 년 십 년 치를 계산할 수도 있다. 어제 난 가치 있게 하루를 보냈는가를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수치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자는 시간은 빼자


 그런데 하루의 가치를 계산하려면 행위에 대한 가치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단위 시간당 얻을 수 있는 가치의 최댓값을 10 최소를 0이라고 했을 때 독서는 9, 어제 개발한 software는 10, 어머니와 식사는 10, 달리기는 8, 꽃이 많은 정원 산책 8, 친구들과 술 마시기 11 등으로 정량화 해 놓아야 한다. 여기서 당연하게도 그 가치는 시간과 장소와 필요성 등에 의해서 변할 수 있다. 또한 행복과 가치는 매우 큰 연관이 있겠지만 동의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은 내 행복감이 조금은 낮은 일이지만 이것이 내 신념과 믿음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그것의 가치는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 또 지금 보다 미래에 내가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면 그건 지금 조금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여하튼 이런 어느 정도의 정량화가 되었으면 이제 일주일간 내 가치 점수는 얼마였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가치를 계산하면 이제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의 최댓값을 미리 알게 된다. 별것 아닌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만약 지난 일주일에 대해 내가 미리 계산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댓값을 미리 알았다고 하고 그 일주일이 지난 후 내가 얻은 수율이 70% 라고 한다면 거기서 얻어지지 못한 30%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당연히 100%짜리 인생을 살지는 못하지만 70%는 결국 내가 매긴 점수이다. 난 나의 그 일주일의 시간에 70점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가치의 적분은 하루를 조금 더 가치 있게 살게 해 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예측되지만 놀라운 것은 그 ‘퇴적물’ 에있다. 이렇게 가치를 적분하면서부터 뭔가가 ‘쌓이기’ 시작한다.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것들이 쌓여서 나를 만들기 시작한다. 독서로 식견이 넓어지고 업무 역량이 올라가고 그것이 성과가 되며 가족을 통해 위로받고 신체나 정신적으로 건강함이 쌓인다.


 (하지만 이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output을 목표로 하는 순간 즐거움은 반감되고 부담이 되며 고통이 된다. 그저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내는데 부수적인 퇴적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되는대로 시간을 보내며 사는 것은 (비교적) 편안하다. 하지만 편안함 속에 분명 불편한 무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 없이 되는대로 시간을 보내며 산다. 바쁘고 정신없이 생계를 위해 살았다고 합리화하겠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동안에도 가치는 발생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지는 대로 살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간은 마치 몇 초가 지난 것처럼 흘러있다. 이 시간 동안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당연하게도 인간은 편안함을 추구하고 복잡한 걸 싫어하며 움직임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류가 진화해온 700만 년 중 대부분의 시간이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고 생존이 삶의 목표인 수렵 채집이라 얻은 본능이고 이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도 수렵채집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비교적 크지 않은 노력으로 고 열량의 음식을 구할 수 있고 사자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없으며 밤새 얼어 죽을 걱정도 없는 등 생존이 삶의 목표에서 멀어졌다.


아직 수렵채집을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럼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내가 주인인 이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지금 내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는 매우 심오하게 각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느끼는 가치 있는 것들을 내 인생에 최대한 채워 넣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위 시간당 최대 가치로 내 인생을 채워 넣고 한 달 후에 그 전 한 달과 비교해보자. 과연 동일한 한 달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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