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본 타인의 마음 이해 프로세스
인간의 마음은 아직까지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까지 밝혀진 바를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많이 믿고 있는 두 가지 가설, 마음은 ‘영혼’ 혹은 ‘뇌의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믿음이 대표적이다.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믿음에 부합한다는 말이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영혼의 존재를 믿을 것이고 과학을 믿는 사람은 마음이 그저 생물학적 현상일 뿐이라고 믿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마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어떤 자의식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마음을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뉴런이라는 세포를 기본단위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신경 세포 덩어리이다. 뇌의 각 영역이 담당하고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뉴런들은 조금씩 다른 모양을 가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세포체, 가지 돌기, 축삭, 축삭말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하지만 정리하면 신호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세포로 전달도 가능한 신경세포들이 신호 전달을 통해 연산을 하고 정보의 저장을 하는 곳이 뇌라는 유기물 장치의 기본적 기능이라 볼 수 있다. 정확한 메커니즘이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기능적 뇌 영상 촬영 기법이 개발되면서 뇌의 각 부분이 인간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시도할 때도 우리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고 상호 작용한다. 1990년 UCLA 의과대학 레슬리 브러더스는 ‘사회적 뇌’라는 연결 망 이론을 제시했다.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 뇌의 아래관자겉질 (얼굴인식), 편도체 (감정), 위관자고랑 (생물성 운동), 거울 뉴런체계 (공감), 관자마루이음부 (마음 추정)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얼굴의 표정과 감정을 인식하고 몸짓을 분석하며 그걸 공감하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추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어려워하는 자폐 스펙트럼은 이런 마음 연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이해하면서 뇌의 이 기능이 어디서 진화해 왔는지를 떠나 (다른 사람의 나쁜 의도를 잘 파악하는 개체에게 생존이라는 결과가 생겼을 것이다) 나에게는 매우 따뜻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헤아릴 수 있는 마음 연결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반대로 우리는 익명일 때나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 서로를 잘 공감하지 못한다.
차를 운전하면서 느리게 앞서가는 차에다 대고 경적을 울리며 위협할 때 우리의 위관자고랑(생물성 운동)이 활성화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위관자고랑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이 움직일 때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마음 연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앞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사람이 초보운전자이건 아버지 나이 때의 노인이건 자는 아기가 깰 까 봐 노심초사하는 엄마건 상관없이 외부로 보이는 자동차는 우리의 마음 이해 프로세스를 작동시키지 않는다.
웹 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공격하고 독설을 내뱉는 존재의 얼굴을 우리는 보지 못했고 그들의 행동이나 웃음 눈물에 공감한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다.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생겨먹었다니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다.
해결책도 매우 간단하다. 첫째로 우리는 그 사람의 얼굴 행동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멋대로 악의적이라 해석하고 행동하게 되었던걸 처음부터 의도 자체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달라질 수 있다. 둘째로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상상하면 된다. 우리의 뇌는 놀랍게 상상만으로도 활성화된다. 대상이 사람이라고 상상하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안에 마음 연결체계를 작동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서적 : 마음의 오류들 - 에릭 캔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