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본 장미 한 송이
오늘 아내와 함께 외출을 하고 돌아 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담장에 홀로 핀 장미를 보았습니다. 올 해 처음 본 장미꽃이네요. 혼자서 빼꼼히 나온 한 송이 장미를 보니 사진에 담아 오랫동안 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습니다. CG로 옮겨 붙인 것처럼 선명하게 박힌 그 모습이 꽤 인상적입니다.
긴 담장에 장미 덩굴이 함께 있건만 혼자서 급히 나온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은 송이가 녹색 천지 속에 당당하게 홀로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제게는 깊은 인상을 줍니다. 그 서두름과 당당함에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그저 그 생명이 그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 싶으면 그러면 됩니다. 또 이러고 싶으면 이러면 되는 거지요.
현실은 이유와 근거를 따지지만, 실상 모든 생명의 일체 행위, 현상의 이유와 근거를 인간이 알 도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그렇게 바라봐 주면 족합니다. 하물며 사람도 그러하겠지요. 다른 이에게 이유와 근거를 대라고 독촉할 필요도, 다른이의 그 독촉을 감내하고만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장미 한 송이가 저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하네요. 그 홀로 선 당당함이 제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그런 오늘 오후입니다. 제게도 언젠가 '있는 그대로' 다른 이와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기겠지요.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