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말했다.
"강 바닥이 깨끗하면, 물을 저어도 깨끗한데, 마음도 그런 것 같아.
평소에 마음 바닥을 깨끗하게 하면,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도 마음이 깨끗하게 유지되는데,
평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바닥이 더러운 상태에서 그 감정이 휘저어 지면,
바닥의 어둠이 마음을 괴롭게 하네."
"내 마음이 그렇지"
내가 짧게 대답하고, 입을 닫았다.
나는 함께 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다.
좋은 아들도, 좋은 아빠도 아니다.
좋은 친구도, 좋은 상사도 아니었다.
지금, 내 삶을 이끄는 유일한 인연은 아내 뿐이다.
하지만, 나는 좋은 남편도 결코 아니다.
성정이 급하고, 분노를 마음에 품고 살아 간다.
한 번 터지면 나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서야 끝난다.
그래서 모든 인연을 끊어 가고 있다.
그들과 나를 위해서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홀로 남는 순간이 올 것이다.
혹시라도 아내와 사별을 하게 되면,
그 순간 나는 삶의 끈을 이어갈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게 된다면,
그 순간 나는 마지막도 지켜주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먼저 세상을 등진 미안함에
이승을 한 참 떠돌게 될 것이다.
아직도, 어찌 할 바를 모른다.
나는 끝끝내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