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그릇 Jun 07. 2024

14년 지기 친구와 헤어졌다(상)

2010년, 뜨거운 여름을 목전에 둔 어느 날.


흐릿한 날씨 속에 내 마음도 이를 닮아 어두웠던 어느 날 이었다. 당시 나는 10년 이상 다녔던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이런 나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이 소용돌이 치던 시기였고, 미움과 후회로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 보내고 있었다. 세상 속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다. 그 외로움은 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참 좋은 친구' 이렇게 담백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를 혼자 있게 두지 않았다. 항상 곁에서  말을 걸어 주었다. 외롭고 상처받은 나에게 '벗'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내 '편'이 되어 주었다. 이런 친구를 만난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세상속에서 나는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좀 더 강한 모습이었다. 지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배우려 노력했다. 그 친구의 조언이 많은 영향을 줬다. 서로 속여야 하는 세상에서 이기려면, 잘 속이면서 동시에 잘 속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나 스스로를 쓸데없이 괴롭히면서 돌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돌아 보기 보다는 남을 좀 더 의식하고,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나를 돌아보는 것에 지친 나는 계속해서 외부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인정이 나에게는 하루 식량보다 더 의미있고 나아 보였다. 그런 '척'하면서 사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조금씩 익숙해 지고 있었다.  역겨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더 역겨운 사람이 되는 것이었는 지도..


무엇보다, 그 친구는 나를 스스로 사랑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나조차도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너무 불행하지 않겠냐는 것이 그 친구의 지론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불쌍했다. 나에대한 연민의 마음은 하루하루 더해갔다.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각자 자기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내가 바보처럼 살았구나. 이제부터라도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지. 나 외에 아무도 믿지 말자. 이 친구만 믿고 살아가자. 이 친구는 나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친구니까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14년을 살아서 나의 사십대를 온전히 보냈고, 이제는 오십하고 2년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고 살아남아서 2024년 5월이 되었다.




(원래 글을 길게 쓰지 못합니다. 게다가 요즘 들어 생각이 문득문득 끊기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하다가는 6월데도 글을 올리지 못할까 걱정을 하던 참에, 글감이 떠올라서 이렇게 짧게 올립니다. 지속적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계신 작가님들을 뵈면 항상 부럽고 부끄럽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