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남성에게 병역의 의무를 강제로 부여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성은 모두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나의 아버지도, 나도, 나의 아들도 복무개월수는 다르지만 - 아버지는 36개월, 나는 26개월, 아들은 18개월 - 모두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현역 복무 의무를 완수했다. 오늘 글은 병역의 '신성함'을 따지는 글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또한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함도 이해를 구한다. 답답답답함이 도를 지나쳐 목구멍을 꽉 막으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여서 어쩔 수 없이 쓴다.
우리나라의 내외적 상황상 징병제는 동의하는 바다. 아직은 그렇다. 이후 국내외 상황의 변화는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알지 못한다. 국가는 그 구성원에게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의무를 부여하는 국가에게는 '동시에' 더욱 큰 의무가 주어진다. 당연한 거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청년들을 18개월이나 강제로 집단생활을 시키고, 학업, 사회생활을 단절시키는 상황에 강제로 넣는 것에 대해서 국가도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 도리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책임지는' 나라인가?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이 나라는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건가?
내가 볼 때, 서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떠미는' 형국이다. 1년 전 벌어진 한 장병의 죽음은 아직도 '정쟁' 한 가운데 있다. 이번 죽음도 그렇게 유야무야 한 개인의 죽음으로 묻혀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볼 때는 그렇다. 정쟁의 이쪽이든 저쪽이든 나는 아무 관심 없다. 이젠 다 싫다. 다만, 국가의 부름에 응해서 그 자리에 있던 한 젊은 장병의 죽음에 누군가는 책임감을 갖고 응답해야 한다. 제발 그래야 한다. 그게 그들이 그렇게 떠드는 법치국가고, 민주국가 아니겠는가? 그냥 이대로 묻히면 절대왕정 시대나 군사독재정권 시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책임지는 사람만이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책임지는 국가만이 그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 공동체의 모습이다. 또한 그 리더들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각 계층에 포진해 있는 그럴싸한 '직함'을 가진 자들에게 국가의 구성원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모습이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자리인 양, 그래서는 안 된다. 이런 모습의 국가가 부여하는 책임과 의무에 그 누가 흔쾌히 응하겠는가?
답답함에 자판을 붙잡았는데, 더 답답해져서 짧게 쓰고 이만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