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즈음에
상처를, 아픔을 그대로 부여 안고 살아갑니다.
세상과 타인을 등지고 살아갑니다.
혹은, 세상에서 내처져 버둥대며 살아갑니다.
자의, 타의 이런 것들이 섞여 '삶'이 '섬[island]'이 되어 버린 삶입니다.
모든 소통의 통로를 걸어 잠그고 점점 뒷방으로 물러섭니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내가 버렸노라고 자위하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됩니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 고립이 도피처가 됩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어떻게 하면 세상을 등지고,
타인과 말을 섞지 않으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궁극적인 삶의 방식인 것처럼 매달렸습니다.
필요에 따라 맺은 관계는 필요가 없어지면 정리하거나 정리당하기 마련입니다.
서운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습니다.
거듭 상처가 되는 관계는 더이상 이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관계도 정리합니다. 관계는 기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타인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버렸어야 했습니다.
애써 이어 왔던 관계도 정리하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고립된 듯한 나의 모습에 외로움과 두려움이 들어 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겁니다.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은 쓰레기통의 존재이유 때문입니다.
비워야 새로 버릴 것들을 채울 수 있을 테니까요.
비움과 채움.
이 둘의 관계를 좀 더 들여다 보면서 우리 인생, 관계를 돌아 봅니다.
고립과 독립.
철저히 비워지고 고립된 후에 우리의 삶도 새롭게 독립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