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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그릇 Jul 25. 2024

나는 말에 아픔을 담지 않아요.

작은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간다. 오랜만에 '쿵'하면 '짝'하는 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나도 말문이 열린다. 요즘 나는 말을 아낀다. 이 순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나누다가 그분이 평소에 브런치에 올리시는 글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말씀 드렸다. 이전에 봐왔던 평론과는 다르게 평론을 쓰시는 분이다.


"선생님 평론 쓰시는 것을 보면, 일방적으로 작가들을 평가하면서 '내가 한 수 위다' 라는 느낌을 주시지 않아 좋습니다."


"그래요. 나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벽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독자들이 작가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고, 또 작가들에게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나는 말에 아픔을 담지 않아요."




"네?"


"나의 할머니께서 옛날에 말씀하셨습니다. 밥 먹을 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때, 칭찬할 때 말고는 말하지 말라고. 그리고 남을 비난하고 싶을 때는 입으로 삼켜서 똥으로 싸라구요."


평소에도 말과 몸의 갖춤이 남다른 분에게는 역시 훌륭한 가르침과 마음가짐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결국 사람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자기 자신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이 둘의 비슷함, 또는 다름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익명이라는 추악한 가면으로 가려진 그 뒤에서 말로 담을 수 없는 악플을 달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무조건 비난하고 배척하며, 다른 것이 틀린 것이 되는 그런 시대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그분의 가르침은 되새기고 마음에 둘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올 해 들어 들은 말 중에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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