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정 Dec 03. 2020

미션 6 예쁘게 멋있게

  예쁘고 멋진것은 언제나 좋다. 날씨가 좋은 날 서울을 안전하게 불태우는 노을은 얼마나 예쁜지 황홀경 그 자체이고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는 공연예술의 주체자들은 감히 그 멋짐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혼자 부산 여행을 갔을 땐 광안리 해수욕장 10초 거리의 완벽한 광안대교 뷰의 고층 에어비앤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부신 광경과 파도소리만으로 2박 3일이 훌쩍 지날 정도였다. 이처럼 예쁘다, 멋있다는 단어는 외모에 국한된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단어의 사용처를 자꾸만 한정지으려 한다.      


    영어 단어 중 루키즘(lookism)이라는 단어가 있다. ‘look’과 ‘ism’이 합성된 단어로 외모지상주의를 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외모가 연애·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해 팍팍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외모에까지 스트레스 받고 있다. 저마다 다른 DNA들이 모여 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느 누군가 만들어낸 얼토당토않은 잣대들에 채 알아보지도 못한 개인의 매력을 당신들 모두가 끌어냈으면 한다.

      

  당신이 더 이상 외모의 힘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펭귄은 정말 귀엽게 생겼다. 뒤뚱뒤뚱 아장아장 걷는 그 모습도 얼마나 귀여운지 동물원에선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펭귄들이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책을 통해 그 실체를 알게되었다. 펭귄은 바다표범의 먹이인데, 이들은 바닷가에 일렬로 서 바다로 나가기를 주저하다가 한 마리가 뛰어들면 안심하고 함께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저들끼리 모여 동료 한 마리를 바다 속으로 먼저 밀어 넣기도 한다. 엉겁결에 바다표범의 먹이로 바쳐진 한 마리의 희생으로 펭귄 집단은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소름끼치게 이기적인 생명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아닌가. 그러니 적어도 펭귄처럼은 살지 말자. 충분히 예쁘고 넘칠만큼 멋진 당신들을 토닥이고 아껴주기도 벅찬 세상이다.

     

  할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를 하고 머릿기름을 발라 머리를 빗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후 아침밥을 먹으러 나온다. 20년 이상의 아침을 함께 맞은 할아버지이지만 항상 ‘준비’를 하고 나온다. 그렇게 나와 아침밥을 먹고선 TV뉴스를 보고 그럭저럭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 나의 사랑하는 은사님의 퇴임식에서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소감을 남겼다. “한 번도 살면서 이 순간을 예상했던 적이 없다. 교수가 되어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고 이렇게 정년퇴임까지 하면서 공로패를 받게 될 줄 몰랐다. 모든 순간은 기회이며 여러분이 우연히 마주하는 그 기회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로 보인다. 그러니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고 발 구르지 말고 항상 준비하며 기다려라. 기회는 반드시 있다.” 준비에도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나는 내 그릇을 다듬으며 기다리겠다. 그릇을 예쁘게 가꾸며 그 크기를 키워가며 무엇이든 담아내겠다.      


  늘 따듯한 웃음을 전달하던 희극인 박지선이 고인이 되며 그녀가 강연에서 청춘들에게 남긴 자기애 메시지가 다시 한 번 회자되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잖아요.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어요?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어느 날 한 친구가 하늘이 예쁘다며 구름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 속 구름은 정말 예뻤다. 그 날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쁨 수준이었는데도 말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기가 안좋다는데 무슨 구름이 이렇게 예쁘다냐. 오글거리지만 한 마디 해도돼?”

친구는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해도 되지. 말해봐.”

“있잖아, 날이 흐려서 구름이 안보일것 같잖아. 근데 날씨가 이렇게 별론데도 구름은 정말 예뻐보여. 우리도 구름처럼 살면 될 것 같애. 뭔가가 계속 방해 해도 우리는 원래 예쁜 구름이니까 어떻게든 예뻐보일거야. 어때 너무 긍정적이지?”

“눈물이 다 난다, 야.” 

“오늘도 고생했다~ 누가 나한테 구름이 예쁘다고 사진을 보내주겠니. 고마워.” 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내 취향은 나다. 당신의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지지 않고 그 취향이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놈 or 나쁜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