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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유 Aug 10. 2021

훈련병 엄마의 편지

기다리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화.

아미고라는 군전화 전용 앱을 깔았는데.. 화면에 아이의 이름이 떴습니다.     

빨래를 챙긴다고 남편 방에 들어가 옷장을 뒤지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전화를 놓칠뻔 했습니다.

거실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깜작 놀라서 달려 나갔습니다. 

매일 받던 전화의 액정화면을 잘못 건드려 전화를 놓칠까봐 마음이 불안불안했습니다.

조마조마 마음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납니다.

"아들!"

아이는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낸다고 합니다.     

"엄마, 훈련소에서 우리 살 찌우려고 작정을 했나봐요. 밥이 너무 맛있어요.."

다행입니다. 

진짜 밥이 맛있는 건지, 낯선 훈련에 식욕이 당긴건지 여튼 다행입니다.


"아! 3일전에 통화했으면 펑펑 울었을텐데, 그래도 일주일 적응이 되니까 한결 참을만해요!

첫 전화에서 제가 눈물 흘리면 엄마한테 10만원 드리기로 내기했는데, 제가 이겼죠? 하하하"

아이가 농을 겁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한결 여유있어 졌는데, 엄마는 말 마디마디 눈물을 참고 있습니다.

그랬구나, 잘 지내고 있구나.


"엄마가 훈련소에 남겨두신 편지를 제일 먼저 읽고 싶었는데, 아.. 봉투에 엄마글씨를 보니까 

못읽겠더라구요. 그래서 형 편지를 먼저 봤는데, 내용이 완전  웃긴거에요. 그런데도 읽다보니 

눈물이 나서..  아! 그래서 아예 엄마 편지는 읽어 볼 엄두도 못냈어요. 

그 다음날 겨우 꺼내서 읽었는데,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울컥해서, 3일동안 세 번에 걸쳐서 

몇줄씩 겨우 읽었어요...  "

목소리는 밝지만, 엄마 생각 집 생각 간절했을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짠 합니다.

어느새 효자가 다 된거 같습니다.


군에 보내면 18개월짜리 효자가 되어 돌아온다는데 ...

집에 오면 일주일만에 제 자리로 돌아간다는데...

그러면 어떻습니까? 지금 이 순간, 엄마생각 간절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봄눈 녹 듯

녹아듭니다.


아들은 이렇게 성장해 갑니다.

입소하기전  허리통증이 걱정되어 물었더니 비뚤어진 허리와 거북목 같은 자세를 고치느라 

바르게 서는 연습중인데, 

그렇게 설 수록 오른쪽 다리가 저릿거린다고 하네요. 

의무대 약을 타서 먹는다는 말에 또 다시 걱정이 한바구니 입니다.

사제약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당장 약봉지 들고 달려가고 싶지만

밥 잘 먹고 공기 좋은 데서 규칙적인 운동하면 좋을거라고 애써 응원합니다.     


"분대원들이 정말 좋아요.. 같은 학교 선배도 만났어요"

서먹서먹한 첫날이 지나고 낯설음이 낯익음이 되어가면서 한결 편해지는 모양입니다.


더 길게 오래오래 통화하고 싶지만 줄 서 있는 다른 동기들을 위해 전화를 끊어야 한다네요.

아이와의 아쉬운 전화를 끊고 남은 아쉬움은 '더 캠프' 앱을 둘러보며 채워봅니다.

아이의 친구 엄마가 준 카톡정보에 더 캠프도 담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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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더 캠프 ' 라는 앱을 까셔요!!  완전 필수!

이 앱으로 매일 인편(인터넷편지)쓸 수 있어요. 그러면 군대서 복사해서 전달해 줍니다^^

많이 받으면 으쓱하겠죠?ㅋ 아빠랑 형도 앱을 설치해서 인편 쓰시라 하세요~~~

사진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답장은 받을 수 없고 엄마 편지만 받을 수 있어요. 

입대하고 그 다음주 부터 매주 화요일에 사진이 올라옵니다.

입대한 다음주 수요일(?)부터는 인편을 하루에도 여러 통 쓸 수 있어요~~

전화는 주중 1번, 주말 1번 해서 1주일에 2번씩 걸려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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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가 깨알같은 정보를 전해주었네요.

    

문득, 꺼버린 아이의 전화기를 다시 열어봅니다.

전원을 켜고 아이는 확인하지 못할 카톡으로 혼자 안부를 전해봅니다.

     

아들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구? 정말 고맙네. 많이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어.


확인하지 못할 톡 내용을 남기며 마음을 정리해봅니다.

이 톡은 못 보지만,

톡에 담긴 엄마의 마음은 멀리 논산까지 건너가리라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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