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의 아들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지인은 총자산이 1조 원가량 되는 중견기업에서 전무로 일하던 사람으로, 그 아들의 성과는 자랑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지인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듯했고 그 흔한 자랑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반면, 우연히 알게 된 동네 사람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식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두 자녀가 모두 명문대 출신이라고 자랑했지만, 현재 그들이 종사하고 있는 직업을 보면 그 명문대 출신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 한국의 인명사전을 보면 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의 전직 이력이 화려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단 당선되거나 비례 대표 순위 안에 선택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정치계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이동이 쉽지 않다. 초기에 선택한 직업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선택한 직업에 따라 대략적인 경력 경로가 그려지기 때문에 현재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으면 자랑할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식 자랑이 허망한 이유는 자녀의 성공이 언제나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인들 중에는 사고나 병으로 부모보다 앞서 간 자녀들을 수 없이 많이 보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들도 많을 것이다. 자식의 성과나 성공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며, 자랑스러움이 허망해질 수 있다.
자식 자랑은 일시적인 성취에 불과하다.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처음에는 빛나는 성과를 이루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과가 빛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자식 자랑이 지나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고, 자칫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정 자랑하고 싶으면 본인에 관한 것으로 한정했으면 한다. 자신의 행로가 그나마 약간이라도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운명은 특히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전혀 자신의 통제 안에 있지 않다.
결국, 자식 자랑은 부모의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자식 자랑이 허망한 이유는 자녀의 성과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자녀의 현재 성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그들의 전체적인 삶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