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
창밖으로 새들이 날아다닌다. 아마 비둘기 이리라. 주택가 주변에 가까이서 날아다니는 것은 비둘기이다. 고양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움직이다. 온몸을 납작 엎드려 포복하듯 다가가 긴장 태세로 두 눈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리며 미동도 하지 않고 창밖을 보고 있다. 매번 보는 상황인데도 매번 같은 사냥 모드이다. 매번 같은 상황을 매번 새롭게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며 바보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는 몇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관심이 사라진다. 보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투과시켜 버리는 사람들 습성과는 정말 다르다. 아무리 생사를 오고 가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도 그런 사건이 몇 건 더 터지면 사람들은 무감각해진다. 공감을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건 뇌가 자기 보호를 위해 하는 무감각 무신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창밖의 하늘에 구름이 보인다. 구름이 많으면 여러 형상들을 그려보곤 한다. 구름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 형상들이 서서히 흐트러지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지워지는 구름 형상을 보면 구름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움직이는 구름 모양대로 또 다른 형상이 만들어진다.
나 혼자서 만들어낸 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구름이 스스로 만들어낸 형상도 아니다. 구름과 내가 같이 만들어낸 형상들이 흐트러지고 또 다른 형상으로 구현되는 것이 정말 재미난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런 내가 할 일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하늘의 구름과 논다는 것이 어찌 보면 신선놀음이다. 때론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 장면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그려보고 싶어 진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형상들이 벌써 흩어지기 시작하여 사라져 버린다.
사진을 찍어 보아도 그 장면이 아니다. 아마도 구름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순간 만들어진 형상이어서 그런지 그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 막상 그려보면 재미가 없어 그리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제라도 진득하게 그 느낌이 나올 때까지 그려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냥 하늘에 대고 구름과 협력해서 그리고 마는 일회성 그림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나의 고양이도 내 옆에서 밖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 집사가 혼자서 무얼 하나 아마 궁금했나 보다. 너나 나나 세상의 바보 호기심쟁이구나. 대답 없는 고양이에게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혼자 웃는다. 그런 집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고양이 등을 쓰담쓰담한다. 이렇게 우리는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