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진짜
연휴가 끝났다.
끝났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까.
연휴가 끝났다는 것은 자유가 끝났다는 것이다. 자유가 끝났으니 구속의 시작일까.
연휴가 끝났으니 일의 세계로 돌아가야만 한다. 휴가는 아쉽고 일로 돌아가기는 싫다.
놀고만 싶은 것일까 일하기가 싫은 것일까.
놀고도 싶고 일도 하고 싶다. 단지 정해진 시간의 구속이 싫다.
어떻게든 새로운 시작처럼 자신을 속여 보려 애를 써보지만 몸이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자유 시간들을 다가올 구속의 시간에 대한 거부 스트레스로 날리고 있다.
그렇게 뒤척이다 새벽에 눈을 떴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하늘이 보인다. 눈으로만 보고 스쳐가기엔 아까워 핸드폰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카메라가 잡은 광경과 내가 본 광경이 너무 다르다. 사진보다 내 눈으로 본 광경이 더 생생하다. 사진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사진 속의 새벽하늘은 가짜 같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가야 할 일상도 어쩌면 카메라의 시선처럼 가짜일지도 모르겠다. 직접 현장에서 맞부딪치면 생각만큼 싫지가 않다. 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일 수는 없다. 현실은 마주하고 있어야 현실이다.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피하려는 마음이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있다. 미리 생각하고 피하려 하는 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감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다. 그냥 흐르는 대로 흘러가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 없이 자신을 맡기면 된다고 마음을 달래 본다. 달래지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구겨 넣는다. 아마도 이것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 연휴 후유증일 것이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이 커지는 것을 조율하지 못하면 지각이나 무단결근을 하게 되고 그렇게 현장과의 연결이 끊어져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퇴사를 하던 스스로 어느 정도 조율이 된 결과만이 후회가 덜 하고 다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젠 좀 알게 되었다. 싫으면 싫은 것에 벗어나지 못해 그냥 모든 것을 멈춰버리던 시절이 지난 것이다. 이젠 내 삶을 책임지어야 하기에 경제적인 것에서 쉽사리 멈춰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미미하나마 숨을 쉴 수 있게 조율을 조금씩 하게 된다.
매번 같은 새벽 같지만 매번 새벽은 오고 매번 다르다. 매번 새롭게 시작하듯 비슷하지만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하늘처럼 조금은 다른 일상을 시작해야겠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루의 일상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짜가 아닌 진짜 일상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생각은 가짜다. 걱정은 가짜다. 마주함이 진짜다. 현실이 진짜다. 내 눈으로 보는 새벽하늘이 진짜다. 내가 마주해서 사는 여기가 진짜다. 살아봐야 인생이다. 생각한다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줄이고 가볍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