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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Dec 20. 2021

부분 통제의 여유

무게에 짓눌리다

새털처럼 가볍게 휘날리는 눈을 뭉쳐 만든 눈사람이 엄청 무거워 깜짝 놀라듯 월요일 출근길 몸이 엄청난 무게로 짓눌려 간신히 걸어가고 있다. 내딛는 한발 한발이 묵직한 눈사람 다리 같다. 눈사람에게도 다리가 있었는데 자신의 몸무게에 눌려서 점점 몸속으로 들어가 다리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걸을수록 다리가 무게에 짓눌려 휘청대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이 민폐 같은 몸무게가 전파되지 못하게 움츠려 보지만 조여지지 않는다. 거대한 눈덩어리가 굴러가듯 그렇게 오늘 하루를 무겁게 굴러가야 한다니 벌써부터 숨이 차오른다.

햇볕에 눈이 녹듯 비대해진 지방덩어리를 주중에 열심히 태워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주말 내내 탄수화물로 몸을 가득 채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자 다짐해 본다. 


또 주말이 되어봐야 알겠지. 역시나 도돌이표처럼 갈망인지 욕망인지 모를 허기를 꾸역꾸역 음식으로 채우는 짓을 반복하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 도돌이 표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 희망하면서 오늘 주중 첫날을 무사히 버텨내 보자.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출근한 오너를 보았다. 거부감 없는 표정이어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본인도 모르게 오너의 표정부터 살펴보았나 보다. 오너의 표정 하나에 감정의 파도를 타는 루팡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이전 직장에서처럼 휘둘리지 말자고 연약한 나의 적응력을 키워보자고 결심했는데 더욱더 거센 오너의 성격에 밀릴 대로 밀려 더 연약해졌나 보다. 그래도 그런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오히려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던 그 회오리로부터 벗어난 느낌이다.


벗어나고자 그리 필사적일 때는 답이 없어 보이고 오히려 늪에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조임에 분노와 절망이 겹치고 견디지 못한 몸은 치솟은 염증 수치로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더 이상 어쩌란 말인가 서로 맞물린 톱니가 엇나간 듯 엇바퀴 돌아가는 바퀴에서 그대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을 갈아 앉히고 힘을 빼니 바퀴가 알아서 수정하며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더니 힘을 빼니 순응하고 있었다. 노력대로 안되고 힘을 빼니 돌아가니 기분이 언짢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내 뜻은 맞으나 방법이 너무 셌나 보다 하고 받아들이니 평평한 대지 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언제 회오리가 불지 모르겠다는 불안은 있지만 맞닥치는 대로 맞아보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삶이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려워 그 고삐를 부여잡으려 미칠 듯이 애를 썼다. 그럼에도 삶은 더 멀어지기만 하고 아예 통제불능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삶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다 제치고 주저앉아 버렸다. 아니 떼쓰는 아이처럼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마음 한 자락에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마음의 끈은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토록 쉬고 싶었던 몸이 마음껏 쉬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불안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괴롭힘마저도 놓아버리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보인다. 그냥 이대로 현실을 살고 싶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실을 사니 천만근 같이 무겁게 짓눌렸던 마음이 짐을 벗어던진 듯 가벼워져 오히려 당황스럽다.


출근길 서로의 몸이 밀착되다시피 복작대는 와중에도 그냥 50프로 정도 몸을 내버려 두니 신경질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팔로 짓눌러도, 내 앞길을 새치기해도 무던히 지나갈 수 있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신경전을 건 걸 수도 있으나 대적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에게만 집중하니 그냥 그런 것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신경전으로 번져 붙잡고 늘어지지 않아 좋다.


고단하지만 통제할 수 있어 좋다. 완전 통제는 어렵지만 부분 통제만으로도 이리 좋을 수가 없다. 더불어 살아가고 자신과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에 완전 통제는 욕심이고 독재이다. 부분통제와 더불어 여유 있는 삶이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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