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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Apr 06. 2022

왜 허하지?


무언가 자꾸만 허전하다.

그래서 무언가 자꾸만 하고 싶다.

수다? 노래? 술?


무언가로 자꾸만 채우고 싶다.

무언가로 자꾸만 허전함을 대체시키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안다.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서성댄다.

결국 제자리에 돌아온다.

자신과 마주해야만 고요해진다.


결국 자기 자신만이 답인 줄 알면서도 회피하고 방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면 된다.

자신을 부정하니 허전해진 것이고 자신을 인정하니 허전함이 사라진 것이다.


왜 이렇게 문제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가.

왜 매번 같은 짓을 반복하는 것인가.

이런 반복이 성장인가 습관인가.


이런 것이 삶인가.

이런 행위로 무엇을 알게 되었다 할 수 있는가.

움직이는 것에 매번 꽂히는 고양이의 본능처럼 나도 이런 반복이 본능인가.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결론은 매번 같은 이런 행위들이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인가.

치매도 아니고 이렇게 반복하는 나는 바보 같은 고양이 같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인 나는 고양이와 다른 게 있기는 한가.


그냥 생김이 다르고 말이 다를 뿐 하는 짓은 지 않은가.

고양이와 나는 같다.

고양이는 언어가 많지 않아 읽고 쓰고 기억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너무나 많은 언어들로 인해 읽고 쓰고 배우고 기억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진정한 소통은 고양이 언어만큼만 필요하다.

나머지 언어는 잘난 체하려는 장식일 뿐이다.


오늘도 잘난 체하려고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불행해한다.

나의 손길 하나에 행복해하는 고양이의 그르렁 소리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잘난 체 좀 그만하고 자야겠다.

내일은 또 내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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